본지가 입수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정부출연(연) 연구활성화 방안’ 문건은 논의만 무성했던 정부 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개혁방향에 대한 실체가 처음 공개된 것으로 적지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특히 출연연으로 대표되는 국가 연구개발(R&D)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방침을 구체화함으로써 출연연에서 대학, 기업에 이르기까지 향후 ‘우리나라 R&D체계의 대변혁’이라는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전문연구단위’란=정부가 구상중인 출연연 개혁의 핵심은 ‘전문연구단위’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문건에서 전문연구단위를 ‘국가적 과학기술 수요에 대해 출연연을 중심으로 국가 연구개발 역량을 결집해 연구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혁신적 조직’으로 정의내렸다.
이는 곧 급변하는 과학기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규모를 줄이고 △한시적으로 운영하되 △보다 전문성을 가지는 R&D조직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전문연구단위의 발전 및 역할 강화를 통해 국가 기술혁신체계를 선진화하고 △미래원천기술 △공공복지기술 △대형복합기술 △혁신형 중소기업지원 R&D인프라 등 국가가 전략적이고 중점적으로 개발할 과학기술 수요 중에서 출연연이 고유의 강점을 확보한 분야에서 전문연구단위를 운영할 방침이다.
◇출연연, 조직 대수술에 위기의식=이해 당사자인 출연연들은 정부의 전문연구단위 구상에 대해 “출연연을 인위적으로 통폐합하는 대신 출연연의 핵심 역량인 연구기능을 새로운 조직(전문연구단위)으로 이전하는 방식을 통해 출연연을 ‘헤쳐 모여’ 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위기의식을 감지한 과학기술부 산하 출연연들은 변화에 대비해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공공기술연구회 등 연구회별로 전문연구단위 모델을 연구중이다. 특히 2006년도 전문연구단위를 선정하는 오는 10월을 전후해 각 출연연이 사활을 건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출연연 기술경쟁력 세계 40∼70% 수준에 불과=정부가 출연연 개혁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출연연이 21세기 과학기술 선진한국을 선도할 혁신주체로서의 연구생산성과 역량이 크게 부족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2004년 출연연 기관별 자체평가보고서’를 토대로 최근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과학기술분야 3개 연구회 소관 19개 연구기관에 투입된 예산은 1조8966억원으로 정부 R&D예산의 약 40%에 달한 반면 이들 출연연이 정부 예산을 받아 개발한 기술로 거둔 지난해 수익(기술료 수입액) 총액은 478억원으로 투입된 예산의 2.5%에 불과한 수준이다. 478억원은 프랑스 생명공학연구소인 파스퇴르연구소 한 곳이 지난 2003년 벌어들인 기술료 수익 57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표1
이뿐 아니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학기술 출연연들의 기술경쟁력은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비교했을 때 40∼7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경종을 울리고 있다. 표2
정부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국제학회지 등에 제출한 과학논문색인(SCI) 수는 크게 증가했으나 단위연구비당 특허 등록과 기술료 수입 등 실질적인 성과는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라며 “국가 과학기술경쟁력을 제고하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R&D예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출연연의 혁신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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