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신장비업체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특히 중국·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통신장비업체들이 글로벌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각국의 통신장비 수요가 늘어나고 동아시아가 3세대(G) 등 차세대 통신서비스를 이끄는 것과 무관치 않은 움직임이다.
유럽과 미국 통신장비업체들은 날로 격화되고 있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안전판으로 동아시아 업체와 손을 잡는 한편, 미래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선진 업체 간 기술 협력도 조심스레 추진하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업계의 대표 주자로서 무섭게 질주하고 있는 화웨이와 ZTE(중싱통신)는 선진 기술과 글로벌 유통망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유럽·미국 통신장비업체와 경쟁적으로 손을 잡았다. ZTE는 스웨덴 에릭슨 및 프랑스 알카텔과, 화웨이는 영국 마르코니 및 독일 지멘스 등과 최근 제휴했다. 자국 3G 이동통신인 TD-SCDMA 시장을 외국에 내주지 않으면서 글로벌화를 추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ZTE가 CDMA 사업에 역점을 두고, 화웨이가 유럽 마케팅을 강화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한국과 일본 통신장비업체들도 글로벌 협력으로 맞서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인터넷프로토콜(IP) 장비와 와이맥스 등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겨냥해 노텔·어바이어·루슨트 등 북미 업체들과 협력했거나 협력을 추진중이다. IP장비 분야에선 LG와 삼성이 노텔과 어바이어의 대리전을 벌일 태세다.
NEC, 후지쯔, 파나소닉모바일 등도 3G 장비와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협력을 모색중이다.
유럽 및 미국 업체 간 기술 협력도 활발해지고 있다.노텔과 IBM 간 협력이 대표적이다. 중국 등 동아시아 업체와 협력하더라도 기술과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통신 분야로 영역을 넓혀 가는 IBM과 인텔의 적극적인 공세와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신장비업체 간 짝짓기는 올해와 내년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3G 사업권 향방이 올 연말께 가시화되는 데다 내년까지 WCDMA 등 3G 이동통신과 휴대인터넷, 인터넷전화, 휴대이동방송 등 차세대 통신 서비스가 본격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합종연횡은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나 어느 정도 업계가 재편된 뒤에는 기술과 마케팅 협력보다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 형태로 바뀔 것으로 관측된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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