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꼴찌팀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가진 ‘플러스’가 올 시즌부터는 뭔가 보여줄 기세다.
듀얼토너먼트 1라운드 1위 결정전까지 오른 오영종을 비롯해 MBC게임 서바이버리그에서 계속 승전보를 터뜨리고 있는 김정환이 그렇고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다.
플러스팀에게 지난 스토브리그는 몇몇 게임단만의 연봉잔치였다. 유명 프로게이머들이 억대 연봉 계약에 도장을 찍으며 환한 웃음을 지을 때 플러스 선수들과 감독은 하루 15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연습에 몰입했다. 피나는 연습만이 살 길이며 빛을 볼 수 있다고 뜻을 모았다.
지난해 성학승이 떠난데 이어 올 스토브리그 때는 주전 박지호와 박성준이 떠났다. 한참 사기기 오르던 팀 분위기가 일시에 위축되기도 했다. 조정웅 감독은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해보자며 분위기기 무르익던 차에 두 명의 주전이 한꺼번에 떠나고 기다리던 프로리그까지 미뤄졌을 때는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보일러가 터져 연습실에 물이 들어와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연습에만 매달렸다”고 말했다.
팀 분위기 쇄신은 오영종에서 시작됐다. 훈련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감독에게 넌지시 “형들이 떠나가 어렵지만 제가 주전의 역할을 다해 팀을 이끌어 보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플러스 선수 전원은 ‘정말 열심히 한번 해보겠다’는 뜻을 모아 조 감독에게 전했다. 감독 지시가 있기 전에 선수가 먼저 나서서 잘해보겠다고 하니 조 감독으로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분위기는 다시 업됐다.
이후 한 달 남짓한 기간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그야말로 ‘지옥훈련’이었다. 오영종을 필두로 김정환, 최가람, 김신덕, 이학주, 김성곤까지 6명 전원은 ‘밥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에는 전부 훈련’에 집중했다. 훈련 중에는 선수는 물론 감독과 코치까지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용무를 접었다. 운동을 좋아했던 선수는 당분간 운동을 접었고, 집과의 전화통화도 끊었다. 따스한 봄날이었지만 플러스팀의 낡고 좁은 연습실은 이미 후끈거리는 여름을 방불케할 정도로 뜨거웠다.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영종은 듀얼토너먼트 1위 결정전에 올라 한 번만 더 이기면 꿈에 그리던 스타리그에 진출한다. 성학승 이후 플러스팀으로서는 감히 넘보기 어려웠던 무대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통합리그에 나가 그간 준비한 기량을 발휘할 태세다. 리그 통합 발표 직후 공식맵을 골고루 플레이해보며 맵 적응 훈련을 마쳤고, 이후 포지션과 맵을 정해 선수별로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프로리그 2라운드 탈락이라는 아픔을 되새기며 더이상 밀려날 곳은 없다는 각오를 세웠다. 그래서 이번 통합리그는 플러스로서는 가장 기다려온 대회이기도 하다.
“방송 등 무대 경험 부족이 가장 걱정됩니다. 엄청난 긴장감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죠.” 조정웅 감독의 걱정은 하나다. 선수들이 지나친 긴장 상태에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태다. 하지만 곧바로 “드러나지 않은 전력이기에 또 다른 잇점이 분명히 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조 감독은 “욕심 같지만 내심 1라운드 결승 진출을 목표로 세웠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이번 프로리그에서 플러스 돌풍을 일으키고 프로게임팀 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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