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토크] 오성민

얼마 전 한 이동통신사의 3D 게임 관련 간담회에 갔다가 참석한 개발사의 면면을 보고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20개 사 정도가 참석했는데, 기존 모바일 게임사는 절반도 안 됐다. 주로 온라인 게임 개발사와 콘솔 게임사 또는 퍼블리셔였다.

물론 이통사별로 독자적인 3D 게임 브랜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기존에 다른 플랫폼에서 3D로 제작된 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하는 것이 우선 필요했을 테니까. 그럼에도 입맛이 씁쓸해 짐을 피할 수 없었다. 드디어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돼 가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거대 자본과 축적된 경험을 앞세운 타 플랫폼 게임개발사나 퍼블리셔의 시장진입은 오래전부터 경계해 왔던 터였다. 진정한 경쟁자는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된 것이다. 그들의 시장진입이 가져올 파장은 예측하기 조차 쉽지 않다. 시장 구도도 많이 바뀔 것이다. 그 동안 말로만 오고 갔던,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시도도 급물살을 탈 것이고, 어찌됐건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새로 진입하는 회사들은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하나 더 올려 놓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모바일 게임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은 물론, 유저층의 확대를 위해 과감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존에 쌓아 왔던 경험과 자본을 시장 파이를 키우는데 쏟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기존 업체들의 영역을 빼앗으려고만 한다면, 시장확대는 고사하고 자칫 공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제는 퍼블리셔의 육성을 고민할 시점이다. 우리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한정된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개발사가 있다는 점이다. 개발사가 많다고 게임의 질이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만큼 마케팅이나 서비스 프로세스 진행 같은 게임 외적인 측면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중고 개발사는 그나마 적은 인원을 분산해야 하고 자연 수익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란 어렵기만 하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면 새로운 시장진입자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개발사는 개발에 전념하고 실제 서비스와 마케팅은 퍼블리셔에 위임하는 분업체계가 필요하다. 통신사도 수백 개의 개발사에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는 퍼블리셔를 육성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퍼블리셔의 선정에 있어 경계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선정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또한 퍼블리셔에 대한 사후관리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자칫하면 새로운 가치사슬이 옥상옥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퍼블리셔를 선정할 때 지나치게 적은 수로 한정시켜서도 곤란하다. 업체 수에 제한을 두기보다는 일정 기준-매출, 자본력, 업력, 수출대응력 등-을 충족하는 업체를 폭넓게 선정해 퍼블리셔간 활발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빅뱅의 시대가 오고 있다. 생존을 위해 상생의 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장·나스카 사장 smoh@nazc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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