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동시성의 과학, 싱크

 ◆동시성의 과학, 싱크·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조현욱 옮김·김영사 펴냄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즉 열역학 제2의 법칙은 모든 자연계에 적용되는 물리학 기본 이론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자연계는 질서에서 무질서로, 즉 혼돈이 극대화된 상태를 향해 퇴보한다는 것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방이 어지럽혀지거나 운동장의 질서정연한 대열이 흐트러지는 것 모두 자연계 기저에 흐르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단적으로 제시하는 증거들이다.

 하지만 은하나 세포, 생태계, 인간, 지구와 달 등 주변을 살펴보면 질서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 현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단적인 예가 달이다. 달은 지구와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지구 자전주기와 공전주기를 맞추는 동조(질서) 현상을 보인다. 엔트로피 극대화를 향해 치닫는 자연계에서는 스스로 조직화하는 데 성공한 구조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복잡성 과학이 등장하면서 이를 이용해 일상과 우주 속에 감춰 있는 질서의 비밀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잇따랐다. 1987년 존 글릭은 대중들에게 카오스 이론을 제시했고, 2002년 A.L. 바바라시는 ‘네트워크 이론’을 소개하며 복잡성 과학의 정수를 이론화했다.

 이 책의 필자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나타나는 과정을 동조현상이라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하고 있다. 자연계에서는 영향을 주고받되 이를 통해 서로 무언가 같아지는 현상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엄격한 수학적 아이디어에 기초를 두고 각종 실험을 통해 원자에서 우주에 이르는 광범위한 협동 형태를 설명했다.

 그는 무질서 속의 질서는 다름 아닌 동조현상에 의해 발현된다고 말한다. 반딧불이는 서로 통신하며 빛을 발하고, 행성들은 서로의 중력으로 당기면서 궤도를 유지하며, 심장세포들은 동조를 통해 생명을 유지시킨다. 이런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은 진동자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채널을 열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런 대화의 결과는 동조현상으로 일어나며 그 때문에 모든 진동자가 하나로 움직이는 것처럼 나타나고 있다.

 이 책에는 인문, 사회, 의학, 생물학, 천문학 등 각계에서 발전되거나 연구되고 있는 각종 동조현상이 등장한다. 필자는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 이론을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같은 공간에 있는 여성들의 생리 주기가 같아지는 이유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새벽에 일어난 이유, 2000년 영국 런던의 밀레니엄 다리에서 발생한 동조현상, 유행이나 폭동, 교통 체증 등 동조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스티븐 스트로가츠=하버드대학교와 MIT를 거쳐 94년부터 코넬대 응용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카오스와 복잡성 이론에서 연구 성과를 남긴 그는 MIT최고강의상과 백악관의 젊은 연구자 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A.L.바바라시와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으로 증명된 ‘좁은 세상 네트워크’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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