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문화 주도권마저 미국에 내줄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이 디지털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권의 주요 장서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대형 디지털 도서관 설립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 19개국 문화장관들과 800여명의 예술가들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국립극장, 꼬메디 프랑세즈에서 최근 회합을 갖고 유럽연합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디지털 도서관 설립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틀간 개최된 이 회의에서 EU주요국의 문화장관들은 디지털 도서관 헌장을 제정하고 “1차적인 상품보다는 문화적 독특성을 살린 시청각 자료와 서비스 상품을 구축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12월 구글의 디지털도서관 설립(일명 ‘프린트 서비스’)에 맞서 유럽의 문학과 문화를 다룰 디지털 도서관이 설립이 필요하다는 자크 시락 프랑스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이후 프랑스와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등으로 구성된 6개 EU회원국 문화부장관들은 정기 모임을 갖고 범 유럽 디지털 도서관 출범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날 회의를 주도한 룩셈브르크의 진 클라우드 정커 장관은 기조 연설에서 “미국(구글)의 치명적인 공격으로부터 유럽 고유의 전통을 지켜야한다는 명분 때문에 시라크 대통령의 제의를 구체화하기로 했다”면서 “유럽연합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결실을 맺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이 충분해야 한다”며 “유럽연합 예산의 단 0.12%에 불과한 문화·예술 진흥자금만으로는 2류의 성과물을 내놓는데 그칠 것 ”이라면서 충분한 자금 지원을 유럽 각국에 요청했다.
한편 유럽연합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처음 가시화됐다. 이는 미시간 대학과 하버드, 스탠퍼드와 옥스퍼드 등 세계 유명 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장서, 수천만권을 디지털화해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계획인데 향후 10년에 걸쳐 약 2억달러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1687년 아이작 뉴톤의 ‘프린키피아’와 찰스 다윈의 1871년 저술인 ‘인간의 유래’ 등 유명 고전 작품들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구글의 계획에 대해 쟝 노엘 프랑스 국립도서관장은 “구글의 서비스가 학술 연구자들과 가난한 나라의 교육에 큰 보탬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영어 중심의 장서들로 인해 다른 언어 기반의 세계적인 문학작품들이 원천적으로 배제 되거나 무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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