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벤처요람 창업보육센터를 가다](3)광주과학기술원 창업기술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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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산업과 신소재로 빛고을 벤처의 길을 제시한다.’

 지난 2000년 12월 문을 연 광주과학기술원(GIST·원장 나정웅) 창업기술지원센터(센터장 엄수현)에는 국내 광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광주시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돼 있는 듯하다.

 이 센터의 38개 입주업체 중 20여개가 광통신과 광 소재 관련 기술 및 제품 개발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나머지도 대부분 정보기술(IT)과 나노기술(NT) 등 첨단 신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이듬해 10월, 전국 창업보육센터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품질인증규격(ISO 9001)을 획득한 GIST 센터는 입주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입주상담에서부터 시작해 자격요건과 사업방향 등에 대해 반드시 GIST 교수의 지도와 추천을 받아야 하고, 기술자문단 및 운영위원회의 엄정한 심사도 거쳐야 한다. 입주업체 모집시 평균 경쟁률이 10대 1을 웃도는 경우가 많다. 현재도 20개 이상의 업체가 입주를 문의하거나 신청한 상태다.

 ◇인기 비결=GIST는 정보통신·신소재·기전공학·생명과학·환경공학 등 첨단과학 분야 5개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해당 분야를 전공한 교수와 석·박사 학생들과 신기술 지원 등 산·학 협력을 쉽게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GIST 센터 입주를 선호하고 있다.

 특히 입주업체마다 1명씩의 지도교수를 배정한 ‘보육닥터’ 제도가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센터는 또 기술자문단을 둬 입주업체의 기술개발 과정을 정기적으로 점검·지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영·자금·마케팅 등의 유관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신속하게 입주업체와 연결해주고 있다.

 처음 20개 기업의 보육을 시작한 뒤 2003년 건물증축을 통해 40개 업체의 보육공간을 확보한 센터는 이러한 예비 창업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앞으로 2∼3년 이내에 20∼30개 기업을 추가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할 계획이다.

 ◇기술이전·창업·산업화 등 3각 지원체제=GIST 센터는 대학 및 연구소의 기술이전과 산업화를 담당하는 유관기관과 한 울타리 안에 있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원스톱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운용중이다. 지원기관으로 호남·제주공공기술이전사업단과 과학기술응용연구소가 있다.

 지난 2002년 40개의 연구소와 대학의 컨소시엄으로 설립된 호남·제주공공기술이전사업단은 같은 센터장 아래에서 입주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입주업체 상당수가 사업단의 기술이전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응용연구소는 이러한 기술의 산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부터 오는 2014년까지 총사업비 480억원을 투입할 이 연구소는 센터와 긴밀히 협력해 광기술·디지털가전·부품 및 소재, 생명기술 등 4대 지역 특화산업 분야의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주요 성과 및 전망=지난해 센터에 입주한 업체들의 총매출액은 22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액수는 미미하지만 이코바이오 등 15개 졸업 및 입주업체들이 8500만원 정도의 주식을 기부하는 등 벤처 창업 보육사업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입주업체들은 각종 벤처경진대회 수상뿐만 아니라 기술혁신개발사업과 수출유망중소기업에 잇따라 선정되는 등 제품 및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센터는 2002년 최우수창업보육센터, 2004년 우수운영사례로 꼽히는 등 다른 센터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센터는 올해 입주기업의 매출 목표를 300억원으로 정하고 중국 및 베트남 중소기업지원 상설 전시장을 통해 해외진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국내외 전시회 참가를 지원하고 입주기업 지원 특별 프로그램을 강구해 지역 제2 벤처창업 붐 조성에 기여할 방침이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etnews.co.kr

◆인터뷰-엄수현 센터장

 엄수현 센터장(40)은 “GIST 창업기술지원센터는 지역 특화 분야의 벤처창업 공간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면서 “첨단기술의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순히 예비창업자에게 사무실을 제공하거나 장비를 지원하는 소극적인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기술과 경영지도를 통해 창업 성공을 이끌어내 중견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업체의 입주기간 연장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졸업기업의 사후관리 및 피드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창업보육매니저·기술자문단·운영위원회를 비롯해 경영지원·기획지원·마케팅지원·해외진출지원팀을 둬 입주 업체를 지원하고 있으며, 학생 창업활동을 지원하고 우수창업 아이템 선정사업도 펼치고 있다.

 특히 입주업체와 수시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애로기술 해결지원, 주문형 교육 및 자문 등을 실시함으로써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창업의 요람’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 입주기업의 해외진출 발판을 성공적으로 확보했습니다. 올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입주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해 내실화를 꾀할 수 있도록 지원에 만전을 기할 계획입니다.”

 엄 센터장은 “입주기업 상당수가 이미 신기술 및 제품 개발을 마치고 마케팅에 들어가기 때문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쳐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광주과기원이 보유하고 있는 신기술의 산업화와 지방화 시대에 부응하는 스타 벤처기업 육성 등 2가지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뉴트라폴

 뉴트라폴(대표 박상규 http://www.nutrapol.com)은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과 실험실에서 출발한 바이오 신소재 전문 업체다. GIST로부터 ‘생체의료용 고분자 실험 기술’을 이전받아 지난 2001년 6월 설립된 이 회사는 이전받은 기술로 김치의 숙성 정도나 고기 및 과일의 신선도를 측정할 수 있는 계측장치를 개발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식품안정성 광 계측기’는 산도(pH) 민감성 고분자를 이용해 식품의 안정성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다. 의학분야의 혈당 센서 및 혈액 분석 측정기, 산소 용존량 측정센서 등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pH 민감성 고분자를 이용한 또 다른 제품인 ‘김치품질 표시계’는 김치의 맛을 직접 보지 않고도 간편하게 김치의 발효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며 육류식품과 우유, 과일 등의 신선도를 표시하는 계측기도 출시했다.

 특히 이 회사는 김치품질 표시계를 김치냉장고 제조업체에 공급함으로써 발효 정도가 자동적으로 표시되는 이른바 ‘인공지능센서가 달린 김치냉장고’의 탄생에 기여하게 됐다. 이 기술은 올해 과학기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신기술(KT마크)로 인정받기도 했다. 아울러 신선도 표시계는 광우병 파동을 겪으면서 영국과 핀란드 등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 D·L사 등 대기업에 제품공급을 통해 올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린 뒤 내년에는 30억∼5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박상규 사장은 “기존 바코드가 제품의 생산-가공 처리과정을 알려주는 것이라면 식품 계측기나 표시계는 내용물의 변질상태를 보여주는 역할을 담당한다”면서 “고분자 신소재의 식품과 화학, 의약제품의 전문회사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누비텍

 광통신 및 광부품 제조업체인 누비텍(대표 김영근 http://www.nuvitech.com)은 지난 2002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경사형(GI) 플라스틱 광섬유(POF)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 광산업집적화단지에서 활발하게 생산 및 마케팅을 벌여 나가고 있다.

 POF(Plastic Optical Fiber)는 유리광섬유(GOF)에 비해 가공과 유지·보수가 쉽고 충격에 대한 유연성이 강하다. 또 가격이 저렴해 각종 근거리통신망에서 주로 사용된다.

 특히 누비텍은 전송 대역폭이 넓고 전송량이 큰 ‘누비기가’라는 제품을 출시해 미국과 일본, 국내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댁내광가입자망(FTTH) 시장에 민첩하게 대처해가고 있다.

 조명용 POF도 개발한 이 회사는 국내에서는 광주시 신청사 홍보관의 내외관 광섬유표시물을 납품했고 모백화점의 외부간판 계약협의도 진행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본 후지포토와 통신용 광섬유 3000㎞ 공급계약이 성사단계에 있다.

 이 회사는 POF뿐만 아니라 광섬유 모재 제조장비 및 인출장비 국산화에도 성공해 현재 관련 제조기술 4건을 특허출원했다. 올해 70억원 매출에 순이익 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영근 사장은 “POF는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제품으로 국산화해 차세대 근거리 초고속 통신망 시대를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광통신과 광부품, POF를 이용한 경관조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