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는 성모씨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 그는 버스를 탈 때, ‘요금이 처리되었습니다.’라는 기계음을 듣는다. 기계는 버스를 갈아탈 때는 ‘환승입니다.’라고 알려주며 ‘다음번 승차시 충전이 필요합니다.’라고 친절하게 말해준다.
버스에서 내린 성모씨는 휴대폰에서 나오는 64화음 벨소리를 듣고 전화를 받는다. 전화 용무가 끝나자 그는 주머니에서 MP3P를 꺼내 최신 유행곡을 듣는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온 그는 자신의 애창곡이 들어있는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 드라이브를 꺼내 오디오 기기에 꼽는다. 그러자 음악소리가 전 집안에 퍼진다. 밥솥에서는 저녁밥이 다 되자, 멜로디가 나오며 식사하라는 소리가 나온다.
21세기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기기와 ‘소리’로 의사소통을 한다. PC는 물론이고 휴대폰, 내비게이션 단말기, MP3P, 오디오 기기, 인형 등 많은 사물들이 나름대로 음악이든 사람의 목소리든 간에 소리를 낸다. 이런 소리가 가능한 것은 음성을 녹음하고 재현해주는 반도체가 적어도 하나씩 들어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분야에 국내 칩 업체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반도체가 그렇듯이 음성·음원 칩 분야에서 그동안 일본과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으나 이제는 국내 업체들이 도전장을 냈으며 올해를 기점으로 해서 국내 업체들의 세기 시장 점유율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레인콤, 삼성전자, 엠피오 등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분야인 플래시메모리 MP3P 시장에서 국산 칩이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의 플래시메모리는 물론이고 음악을 인코딩·디코딩하는 프로세서 칩 분야에서 텔레칩스, MSC로직, 삼성전자 등 국내 2∼3개 반도체 업체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들 3사는 지난해 세계 시장의 대략 20% 대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으며, 올해는 외국의 경쟁업체를 제치고 세계 시장을 석권을 노린다.
플래시타입과 함께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차량용 오디오, 가정용 오디오 기기에도 MP3P가 보급되고 있으며 이 분야 역시 국내 업체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량에서 CD로 구운 MP3P 파일을 재생하게 하는 CDMP3P용 칩 설계업체로는 텔레칩스, MCS로직, 다믈멀티미디어 등이 있다.
3사는 2∼3년 전부터 차량용 시장을 대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 들어 차량용 오디오에 MP3P 요구가 많아지면서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MCS로직 남상윤 사장은 “휴대용 MP3P가 확산되면서 움직일 때는 휴대용으로 차량과 같이 고정된 장소에서는 CD로 듣고자하는 시장의 욕구가 있어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댁내에 거의 한대 씩 있는 오디오 기기에도 CD 또는 USB 드라이브를 사용해 음악을 듣고자하는 시장의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JVC, 톰슨 등 외국의 주요 오디오 업계의 신제품에는 CDMP3 기능 및 USB 호스트 기능이 장착되고 있다.
특히 USB 드라이브를 외부에 꽂아 사용할 수 있는 USB 호스트 플레이어 경우, 국내 업체인 텔레칩스가 표준을 주도하면서 시장을 사실상 형성하고 있으며 MCS로직도 관련 제품을 내는 등 국내 업체들이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다.
MP3P뿐 아니라 일반 오디오 기기들도 디지털화되면서 국내 업체들이 고급형 오디오 분야에도 참여하고 있다. 펄서스테크놀러지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꾸지 않고 직접 디지털로 증폭해 스피커를 울리는 첨단 앰프를 설계, TI와 ST마이크로 등 세계적인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홈시어터 부문에서는 50% 가량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태광 등 국내 업체와 해외의 도시바, 켄우드 등에 제품을 공급중이다.
이외에도 오디오 앰프 분야에서는 쓰리에스테크놀로지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3D를 구현하는 ‘3S-MS211M’을 개발했으며 포인칩스도 D클래스 앰프를 내장한 3D 사운드 칩인 ‘PP330’을 선보이고 영업에 들어갔다.
MP3 음악뿐 아니라 전자 기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성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외산과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실시중인 버스, 지하철 등의 신교통시스템 장치에 MCS로직의 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MCS로직의 음성 칩은 음성 내비게이션 등 각종 전자제품에 채택, 사용중이다.
음악 및 음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휴대폰 음성 부분에서도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선 벨소리를 구현하는 미디 칩에서는 일본 야마하 등에 대항해 국내 화음소, 펄서스테크놀러지, 포인칩스 등이 제품을 냈다. 이들의 제품은 주로 유럽향 휴대폰인 GSM 단말기에 채택돼 수출되고 있다. MP3P 휴대폰에는 텔레칩스가 국내외 주요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MCS로직도 휴대폰용 칩을 개발, 제품 공급을 추진중이다.
‘소리’용 반도체 업체들은 앞으로 모든 디지털 기기가 융합됨에 따라 음성 및 음악 영역을 넘어 멀티미디어 칩으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텔레칩스 서민호 사장은 “이미 개발해 공급중인 칩에서 영상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모두 포괄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인터뷰-MCS로직 김수종 수석연구원
“반도체 개발도 마감과의 싸움입니다. 고객과 약속한 시간에 우수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 시간과 싸움을 벌입니다.”
MCS로직의 김수종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개발도 기자와 마찬가지로 시간 싸움이라고 말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객들과 협의하며 정해진 시점까지 특정한 기능이 들어간 칩을 개발, 공급하겠다는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약속한 일정에 맞추지 못하고 일정이 계속 연기되면, 결국 고객들이 제품 출시에 차질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이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밤을 지새우더라도 개발 일정을 맞추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는 MP3P 칩이 다른 것보다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MP3P가 워낙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제품 설계 중간에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 설계를 수시로 변경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 반응에 민감하게 반영되고 기획과 설계팀이 항시 채널을 열어놓고 즉각 의사결정을 해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때 가장 보람이 있었다고 말한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칩으로 개발하고 이 칩이 세계 곳곳의 시장에서 통한다고 느껴질 때, 짜릿한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에는 이르다고 그는 말했다. 개척해야할 세계 시장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연구원은 “아직은 가는 과정일 뿐이며 국내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모두 차지하고 1위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 개발을 계속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김 연구원은 멀티미디어 시스템온칩(SoC)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는 대부분의 칩 업체가 멀티미디어 칩 한 분야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며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연구개발에 좀더 몰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MP3P 종주국 자존심 반도체업체가 지킨다
‘MP3P 종주국의 자존심 반도체 업체가 지킨다.’
삼성전자, MCS로직, 텔레칩스 등 국내 MP3P 프로세서 업체들이 올해 신제품을 내고 그동안 이 시장을 주도해온 외국의 시그마텔, 필립스 등에 외국 업체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MP3P 디코딩 및 인코딩 분야에서 우리나라 업체가 세계 주요 공급자로 등장할 경우, 플래시메모리와 함께 MP3P의 고가의 부품을 석권하게 된다. 올해 플래시타입 MP3P 시장의 판매대수 규모가 7000만대에서 1억대까지 추산되고 있어, 프로세서 칩만으로도 많은 수익이 예상된다.
세계 최대의 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메모리 판매와 MP3P 프로세서를 연계,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김일웅 상무는 “플래시메모리를 소비하는 MP3P 분야 모든 회사에 삼성전자의 MP3P 칩을 공급하는 전략을 추진중”이라며 “전체적으로 세계 시장의 절반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텔레칩스는 TCC72X 등에 이어 올해 멀티미디어 기능을 지원하는 TCC75X 및 TCC77X 등 첨단 제품을 내놓고 시장을 확장해 나간다. 지난해 MP3P 프로세서 시장의 15%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텔레칩스 측은 그동안은 하이엔드 제품에만 주력해왔으나 앞으로는 모든 시장을 목표로 접근, 다양한 제품군을 활용해 시장을 확장할 생각이다.
MCS로직은 올해 2종의 칩을 내놓고 휴대형 MP3P 칩 시장에서 1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이엔드용 제품인 MLC3590은 USB2.0, 하드 디스크 드라이버(HDD) 지원 등 주요 기능을 원칩화한 디지털 오디오 프로세서며 현재 샘플 출시중이다. 양산중인 MLC3890은 듀얼CPU로 인코딩과 디코딩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많이 본 뉴스
-
1
내년 '생성형 AI 검색' 시대 열린다…네이버 'AI 브리핑' 포문
-
2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3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4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5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6
애플, 'LLM 시리' 선보인다… “이르면 2026년 출시 예정”
-
7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8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
9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
10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