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마비노기 게시판 스타 엘레노아르

게임에서보다 게시판에서 더 유명한 유저가 있다. 온라인게임 ‘마비노기’ 하프서버 게시판에서 스트림으로 윈엠프 방송을 하고 있는 ‘엘레노아르’님이 바로 그 주인공. 윈엠프 방송을 하면서도 마이크가 없어 아무런 멘트도 내보내지 않고 그저 묵묵히 음악만 틀어주는 그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은 재치 넘치는 게시글 덕분이다.

그가 올리는 게시글은 하루에도 수십건에 달하지만 게시판을 찾은 유저들은 그의 글 하나 하나에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 특히 지난 식목일에 올린 ‘GM님들을 위한 글그림’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은 유저들 사이에 ‘희대의 GM낚시 사건’으로 불리운다.

허수아비를 치고 있는 한장의 스크린샷에 ‘개발자, 휴일을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문구를 삽입한 것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GM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이례적으로 대부분의 GM이 댓글을 달아 주면서 총 1204개의 댓글이 달리는 초대박 게시글이 된 것. 이 사건으로 하프서버에서는 가장 유명한 게시판 스타로 부상한 그를 이멘마하 마을 문게이트 다리 위에서 만났다.

# 게임그래픽 배우고 싶어 ‘마비노기’ 입문

“ ‘마비노기’의 그래픽이 깔끔해 게임 그래픽 공부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하다보니 빠져들기는 했지만….”

자신을 특별하게 잘하는 것은 없어도 재미있어 보이는 일은 이것 저것 다 건드려보는 모험가 스타일이라고 소개하는 ‘엘레노아르’님은 이제 나이 갓 스물의 젊은 대학생이었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전자 전기 컴퓨터. 게임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과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 1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상태다.

‘마비노기’에 입문한 것은 지난해 7월말. 카툰랜더링풍의 깔끔한 그래픽이 맘에 들어 뭔가 배울게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여러번의 환생을 통한 그의 누적레벨은 이제 207 정도. 중상위권에 속하는 레벨의 아주 평범한 유저다. 그가 선호하는 스킬은 스매쉬와 윈드밀, 크리티컬 히트 3종. 이 가운데 범위 공격 스킬인 윈드밀이 한번에 여러마리의 몹을 날려버리는게 은근히 짜릿해서 최고의 경지인 6랭크까지 올렸다. 또 최근에는 ‘썬더’ 마법 랭크를 열심히 올리고 있는 중이다.

# 사소한 곳에서 재미를 찾다

그는 자기 소개를 하다 말고 “이 캐릭에 얽힌 비화가 있어요”라며 “따라와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안내한 곳은 이멘마하 마을에 있는 의료점 주인 NPC 앞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NPC의 이름은 바로 ‘엘리노아’였다. 그는 웃으며 “이 NPC가 이 캐릭(엘리노아르)의 엄마(퍽)”라고 소개했다. 의아해 하자 그는 “NPC와 캐릭터의 외모를 자세히 보라”고 주문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두 캐릭터는 얼굴형태며 머리모양, 눈동자 색깔 등이 쏙 빼닮은 쌍둥이 같았다.

“제가 아이디를 만든 이후에 등장한 NPC인데 이름이 비슷해 놀랐어요. 그래서 외모를 따라서 맞췄죠.입모양만 제가 선택을 잘못해서 조금 틀려요.나중에 머리색이랑 옷이 나오면 NPC코스프레도 해볼 생각이예요.”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엘레노아르님이 하고 있는 ‘NPC 따라하기’는 ‘마비노기’ 유저들이 즐기는 놀이 가운데 하나였다.

# 첫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의 게시판 방송은 심심풀이 장난처럼 시작됐다. 레벨이 어느정도 되고 환생을 여러번 하다 보니 스킬 랭크업에 지치게 될 무렵부터 게시판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

게시판에서 놀다 보니 문득 떠오른 것이 ‘방송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과감하게 방송서버를 설치하고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방송주소를 함께 올리는 식으로 윈엠프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대포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좀 엽기적인 노래를 많이 틀다보니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어요. 요즘에는 옛날에 TV에서 하던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틀어주면 나오는 반응이 재미있어서 그런 노래를 많이 틀어요.” 게시판에서 그와 그의 추종자(?)들이 나누는 무언의 대화는 그가 게임과 게시판을 오가며 유저들과 음악을 나누는데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토록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이크가 없어서 멘트는 못하고 노래 목록 관리만 하고 있는 점. 그가 올린 게시글에는 항상 방송중임이 표시된다. 헌데, 거기에는 ‘노멘트로 방송중입니다.(멘트 듣고싶으시면 마이크 사주세요; ㅁ;)’라는 문구가 따라다닌다. 방송을 하면서도 배짱좋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마이크를 사달라는 너스레까지 떨고 있다. 그래도 그의 방송채널에는 항상 그의 추종자들이 줄을 잇는다.

# ‘마비노기’는 유저들간 커뮤니티가 최고의 재미

“한번은 방송을 하다 청취자들을 모아서 ‘던바든에 동물원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어요. 유저들이 한명씩 곰이나 임프 등의 동물을 마을로 끌고와서 모아놨죠. 사냥터에서 한대 툭치고 마을로 도망오면 따라오거든요. 마을에서 접속을 끊었다 다시 접하니 마을이 바로 동물원이 됐어요. 아주 재미있는 이벤트 였어요.” 그는 ‘마비노기’의 최대 강점으로 유저들간의 친밀도가 다른 어떤 게임보다 높다는 점을 꼽았다. 게시판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면서 그는 “유저들은 하프 게시판과 마비노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도 해요”라며 뿌듯해 했다.

“사실 마비노기는 유저들이 주최하는 이벤트가 게임내 이벤트보다 훨씬 재밌어요. 게임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메인스트림 말고 좀더 즐길 수 있는 퀘스트와 참신한 기획의 이벤트를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예요. 덧붙이자면 지금은 인던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요. 개발자들이 직접 해보고 조절해 줬으면 좋겠어요.” 대학에서도 게임 제작 관련 동아리에 몸을 담았을 정도로 게임 개발에 관심이 높은 이 젊은이는 마지막으로 개발사에 원하는 것이 있다며 이같은 지적을 했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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