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서비스·장비산업 생산유발 효과 12조2000억원, 단말수출 연간 140억달러, 2010년 가입자 전망 1026만명’.
ETRI가 지난달 내놓은 지상파DMB 시장전망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DMB 관련 가장 최신 전망·분석치인 이 보고서에서는 지상파DMB 이용자가 매년 연평균 19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7일 개국식을 가진 위성DMB 사업자 티유미디어는 가입자 확보 목표를 오는 2010년 660만명으로 제시했다. 양측 전망대로라면 2010년 우리나라는 1500만명 이상이 휴대이동방송을 시청한다. 장밋빛 일색이다.
“희망사항 아니냐?” 정부 산하기관의 한 연구원이 꼬집는다. “한국 사회에서 신규 매체와 관련해 전망·예측하는 자료들은 99.9% 불신한다.” 지상파방송사의 한 관계자가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가 청운대학교에 의뢰·조사한 자료에서 말한 내용이다.
◇불안한 DMB사업자들=정작 위성DMB사업자와 지상파DMB사업자들은 ‘고민중’이다. 방송위 연구센터의 전한얼 연구위원은 “두 매체가 보완재라기보다 경쟁재로 자리잡고 있어, 양측 모두 불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늦은 정책결정에 애써 만들어 놓은 기술과 시장이 상호경쟁 때문에 빛이 바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위성DMB는 최근 방송위가 지상파방송 재송신 허용을 밝혀 한숨 돌렸다. 그러나 앞으로 MBC, SBS 등과 시작해야 하는 콘텐츠 제공 계약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티유미디어의 한 임원은 “올해 목표가 가입자 66만명인데, 마케팅 등에 최선을 다했을 때 겨우 가능한 수치”라고 말했다.
지상파DMB 6개 사업자는 ‘지상파DMB 좌초 시나리오’에 불안하다. 위성DMB가 다음달 개국과 함께 초기 시장을 선점할 개연성이 있다. ‘우군’으로 여기던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업자의 반응도 미심쩍다. 지상파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6개 지상파DMB사업자가 중계망 구축에 참여한 이통사에 배타적 권한을 줄 수 있도록 중계망 방송신호의 암호화를 결정했지만, 정작 KTF의 반응은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KTF와 LG텔레콤의 도움 없이는 음영지역 중계망 구축이 어려울 뿐 아니라, 향후 단말기 유통망 확보도 힘들다. 결국 “지상파DMB 투자가 아니라 위성DMB 콘텐츠를 제공하는 장사가 더 낫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세계 표준화, 해외 진출 가능할까=DMB가 산업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단말기의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미국 등 해외시장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열린 미국방송장비전시회 ‘NAB’에선 노키아 진영의 휴대이동방송규격인 ‘DVB-H’가 주목받았다. NAB에 다녀온 원충연 디티브이인터랙티브 사장은 “로데슈워츠·팀퀘스트·스트림텔 등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방송장비업체가 DVB-H용 개발장비와 방송국장비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DVB-H 시범네트워크는 헬싱키(핀란드), 베를린(독일), 피츠버그(미국), 바르셀로나(스페인), 메스(프랑스) 등지에서 현재 운용중이다.
컨설팅업체인 로아그룹은 최근 한 보고서에 “유럽의 대표적 이통사인 보다폰, 오렌지, O2 등은 이미 지상파DMB가 아니라 DVB-H 진영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퀄컴의 휴대이동방송규격인 ‘미디어플로’도 베이스밴드칩 개발 등 상당부분이 진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통부, 방송위가 해외공략을 위해 앞다퉈 해외 기술시연회를 벌이고 있지만 결국 기술과 시장변화를 따라가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세계 기술표준을 만들어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선순환 가치사슬에 벽이 느껴진다. DTV 기술방식 논쟁으로 5년을 허비하면서 ‘옥동자’인 지상파DMB를 너무 늦게 낳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한 지상파방송사 관계자는 “정부가 기술시연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유럽의 마이너 통신 사업자들과 미디어 그룹 계열의 방송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지상파DMB 도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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