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늦은 오후 국회도서관. 열린우리당의원 중심으로 발족한 ‘e스포츠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모임’ 창립 행사장에선 희한한(?) 일이 벌여졌다. 현직 국회의원이, 그것도 국회의사당 한 복판에서 프로게이머와 ‘스타크래프트’로 일합을 겨룬 것이다. 초청 인사로 참석한 정동채 문화부장관은 진대제 정통부 장관을 상대로 ‘(게임으로)한판 붙고싶다’며 도전장을 내는 촌극까지 벌여졌다. 정 장관으로선 얼마전 진 장관이 넥슨 방문시 먼저 제의했던 도전장에 대한 답사를 한 셈이다.
당·정 등 정치권의 게임판 나들이가 최근 예사롭지가 않다. 여야 의원이 직접 온라인게임 대결을 벌이는가 하면, 국내외 게임대회 행사 뒤엔 반드시 정치권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최근 명예회장 자격으로 ‘제2기 e스포츠협회 출범식’에 참석해 프로게임 상무팀 창설을 추진하겠다는 폭탄선언으로 e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심지어 엄연히 정부입법(문화부)으로 ‘게임산업진흥법’ 제정이 진행 중인데, 2개의 비슷한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추진되는 상황이다.
정치권이 게임시장과 산업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는 것은 일견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다. 게임 시장과 산업을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육성 및 지원하기 위해 관련 법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위정자들이라면 어쩌면 당연지사다. 적어도 순수한 목적이라면 그렇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보노라면 그 순수성에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정치권이 게임과 산업 그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게임과 게이머들인 G세대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각종 선거에서 20대 표의 향배가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신세들의 파워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상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20대 표심을 잡기 위해선 그들만의 문화코드인 게임과 e스포츠에 더 다가서야 한다는 얘기. 문제는 이같은 정치적 목적의 관심은 일과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점이며, 이는 또 다른 거품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게임은 수출 기여도와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차세대 성장 동력이자 문화적 가치가 큰 산업인 만큼 정치권의 순수한 애정과 지속적인 관심을 요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진정한 이해와 애정이 없는 관심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 보다 못한 것이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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