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이른바 생활가전분야에서 오는 2007년까지 쟁쟁한 선진업체들를 제치고 세계 1위 업체가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다. LG전자는 최근 디지털가전부문 중장기 비전 발표회를 갖고 모든 프리미엄 생활가전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려 생활가전분야에서만 올해 매출 100억달러, 오는 2007년 140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1·2위인 미국 월풀과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를 제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매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5.1%에서 2년 후에는 2배 높은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이를 위해 현재 20%인 해외생산 비중을 2007년 40∼50%로 높이기로 하는 등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 전략도 밝혔다.
LG전자의 지난해 생활가전부문 매출이 85억달러로 각각 132억달러와 119억달러를 기록한 월풀, 일렉트로룩스에 크게 뒤지는 점을 감안하면 청사진처럼 세계 톱 메이커로 도약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물론 가정용 에어컨,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에서 세계 판매 1위를 기록한 LG전자의 저력을 고려하면 세계 1위 제품과 시장점유율 1위 국가를 대폭 늘리겠다는 목표 달성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더욱이 품질과 기술이 결집된 프리미엄 제품을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신뢰도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LG전자의 야심 찬 청사진에 거는 기대는 크다.
생활가전제품은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때문에 이런 제품의 판매가 우리 상품과 기업에 미치는 효과는 대단히 크다. 한국산 디지털가전이 세계 각국의 가정에 자리잡고 있으면 다른 한국기업 제품의 신뢰도도 덩달아 올라가게 마련이다. LG전자가 배전의 노력으로 세계 생활가전시장에서 하루 빨리 톱 브랜드로 자리를 굳히길 기대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의지만으로 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의욕만 앞세워선 곤란하다. 현재 생활가전부문 세계 3위 업체가 1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과 전략 아래 미래 기술 추세를 반영한 기술개발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LG전자가 컨버전스, 헬스케어, 웰빙 등을 핵심 키워드로 삼은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하니 기대해 봄 직하다.
LG전자의 생활가전분야 세계 1위 랭크 목표는 단순한 제품 판매만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제품 개발 및 생산체제, 경영 등 모든 측면에서도 명실공히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진입해야 한다. 글로벌 톱 메이커에 걸맞은 체계적인 경영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번 LG전자의 청사진 가운데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 작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은 반도체나 휴대폰과 달리 부피가 크다.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할 경우 컨테이너에 실을 수 있는 수량이 적어 물류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LG전자가 올해 러시아에 이어 동유럽에 디지털가전공장을 건설하고 멕시코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것은 수익성과 직결되는만큼 충분히 이해된다. 특히 현지 생산체제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는 경영전략일 뿐만 아니라 환율불안 등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함으로써 생기는 공백을 메워줄 대응조치다. 물론 LG전자는 신제품 개발과 생산은 국내에서 맡는 방향으로 공동화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기업이라면 언제든 세계 초일류를 꿈꾼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도 중요하지만 위기를 잘 헤쳐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차별된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LG전자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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