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부품·소재·장비]소재-뿌리 튼튼해햐 IT산업 산다

 “시장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신할 수 있는 열쇠는 소재 기술에 달렸다. ”

국산 휴대폰이 세계 시장에서 명품으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LCD와 PDP도 국내 업체들이 세계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D램 반도체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다.

그러나 이 ‘세계 1등’ 제품들을 구성하는 주요 부품소재는 아직도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카메라폰·LCD 등 경박단소한 전자 제품의 필수 요소인 연성회로기판(FPCB)의 원재료 연성동박적층필름(FCCL)은 대부분 수입이다. 한겹 더 들어가면 FCCL의 원재료인 폴리이미드(PI) 필름은 전량 수입이다.

국내 업체들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아 생산이 늘어나면 이들 소재의 수요도 커진다. 그러나 해외 업체들은 소재 생산량을 늘이지 않는다. 당연히 가격은 뛰고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국내 업체들이 세계 선도 업체들의 ‘추격자’이던 때에는 이런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검증된 기술을 도입해 양산 기술을 바탕으로 빠른 시일 내에 저가에 생산하는 것이 전략의 초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국내 전자 산업은 이미 세계 정상급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추월하고 국내 업체들이 세계 PDP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며 일본 업체를 밀어냈다. 이제는 가장 혁신적인 제품을 제일 먼저 내놓는 ‘선도자’가 돼야 한다.

 문제는 ‘재료’의 혁신 없이 ‘제품’의 혁신은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재료의 혁신은 우리 힘으로 이루어낼 수 밖에 없다. 첨단 제품을 위한 첨단 재료를 경쟁국 업체와 개발하는 것은 곤란한 일. 반도체·LCD에서 한국에 역전을 허용한 일본의 재료소재 업체들은 이미 한국 기업과의 첨단 소재 개발 및 공급을 꺼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학계가 힘을 합쳐 핵심 재료·소재의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과 자금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핵심 기술력과 재정적 기반을 갖춘 튼실한 전문 업체로 도약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방적인 갑·을 관계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정부가 매출 2000억원, 수출 1억달러 규모 이상의 중핵 부품소재기업 300개를 집중 육성키로 한 것도 이러한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중소기업에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대기업과 개발 단계부터 협력하는 ‘수급지원 펀드’ 역시 핵심 부품소재와 완제품을 연결하는 튼튼한 고리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기업들도 부품소재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앞다퉈 전자재료 시장에 뛰어들었던 대기업 계열사 및 화학 기업들의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등의 주요 소재들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섰다. 전통적 화학 기업들은 전자재료 사업 진출을 통해 첨단 업체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고 중소 기업들은 산업의 밑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 업계에선 조만간 매출 2000억원 이상의 중견 전자재료 기업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