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법 제정에 한창이다. 게임업계에 몸 담고 있는 입장에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법이 만들어지는 것을 무조건 환영하기에 앞서 ‘법이란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되짚어 봄으로써 자칫 그 의미가 왜곡될 수 있는 게임산업진흥법의 본질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법은 어떤 내용을 강제로 규정한 것이다.
무엇을 하라 던가 아니면 무엇을 하지 말라 던가 하는 식이다. 이렇게 법으로 명문화 되고 나면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옛부터 ‘법 없이도 나라를 다스릴 수 있어야 성군’이라는 말이 나왔다. 백성들이 나랏님이 누군가를 모를 정도로 풍족하게 산다면 그만큼 훌륭하게 정치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법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법 없이도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일취월장 하며 세계로 뻗어 나간다면 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법 없이도 잘 사는 것은 이상에 불과할 지 모른다. 현실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핍박한다거나 영리한 자가 순박한 사람을 속이는 등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부에서는 법으로 이러한 것들을 막고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법 없이도 산업이 훌륭히 성장하고 문화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면 굳이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법은 최소한의 것만을 규정해야 한다. 법이 많고 복잡할 수록 일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게임업계 한 CEO를 만났을 때 그는 “온라인 게임이 지금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에서 무관심하게 놔뒀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이제 정부가 나서서 게임산업을 육성하느니, 규제하느니 하고 있어 여기저기 눈치보기에 급급한 형편”이라고 하소연 했다.
정부와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게임산업진흥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 법이 진흥보다는 규제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래선 안된다. 법의 규제는 최소한의 범위로 하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
우리나라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정부의 보호 속에서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춘 시점에서 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이다. 지나친 규제나 보호는 산업이 한단계 도약해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법도 마찮가지다.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은 다시 한번 이 점을 생각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병억·취재부장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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