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장"..반도체업계 `300㎜ 전쟁`

반도체 업체들 `존폐의 기로`

세계 반도체 시장에 `300㎜ 전쟁이 불붙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앞다퉈 300㎜ 웨이퍼(반도체 원판) 생산라인(팹.FAB)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300㎜(12인치) 웨이퍼 경쟁은 90년대 6인치에서 8인치(200㎜)로의 세대교체보다 훨씬 더 큰 폭발력을 지닌 것으로, 앞으로 10여년 이상의 반도체 업계 판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당수 업체가 올해안에 300㎜ 라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어 내년에는 엄청난 공급과잉과 해당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너나없이 300㎜ 투자 = 웬만한 업체는 모두 300㎜ 라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한국, 일본, 대만, 미국, 유럽뿐 아니라 중국 업체까지 300㎜ 전쟁에 가세했다.

2001년 9월 세계 최초로 300㎜ 라인(화성 11라인) 가동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11라인에서 월 1만장, 12라인에서 월 4만장를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가을 13라인도 증설해 생산량을 3만장으로 늘렸다.

올 여름에는 복층 구조의 기흥 14라인에 최초의 300㎜ 플래시메모리 전용 라인과 시스템LSI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한다. 일단 월 7천장 규모로 양산에 들어가 점차 생산량을 높여갈 계획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이천 M-10 라인, ST마이크로와 합작한 중국공장, 대만의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인 프로모스 등 3개국에 걸쳐 300㎜ 라인을 확보하게 됐다.

하이닉스 최초의 300㎜ 라인인 M-10은 `T-1 프로젝트를 통해 200㎜ 라인을 개조한 것으로 장비반입 석달 만에 90%대의 골든 수율(양품률)을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 안에 월 2만-3만장 규모로 본격 양산을 시작한다. 프로모스의 300㎜ 라인은 올 연말부터 제품이 생산되고 중국공장은 내년부터 본격 가동된다.

AMD는 독일 드레스덴에 내년 가동을 목표로 300㎜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인피니온은 드레스덴 라인을 올해 중반 가동하고 하반기에는 미국 리치먼드 공장, 대만과 합작한 D램 라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ST마이크로는 이탈리아 카타니아에 올 3분기 가동 예정으로 회로선폭 90나노, 60나노 공정의 라인을 추진 중이며, 대만의 파워칩도 3분기에 300㎜ 라인을 가동한다.

일본 엘피다메모리가 1천억엔을 들여 단일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모로 짓고 있는 히로시마 공장은 오는 12월 1만5천장 규모로 양산을 시작해 생산능력을 10만장까지 늘릴 계획이다.

마이크론 버지니아 공장도 300㎜ 생산능력을 작년 말 6천장에서 올해 2만장으로 늘렸고 인피니온 화이트오크 공장도 5만장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작년 6월 아일랜드에 90나노 공정 라인의 가동을 시작한데 이어 오리건과 애리조나에서 65나노 공정을 준비중이며,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도 3개 라인을 가동에 들어갔거나 곧 가동할 예정이다.

SMIC도 작년 9월 중국 최초의 300㎜ 팹 가동을 시작했고, 대만의 난야, IBM, 일본 르네사스 등도 300㎜ 라인을 추진중이다.

◆300㎜의 파괴력 = 웨이퍼 하나를 가공하면 반도체 수백개가 나오는데 지름 300㎜ 웨이퍼는 200㎜ 웨이퍼에 비해 생산량이 2.25배 높다. 따라서 300㎜ 라인 하나를 지으면 200㎜ 라인 2개 이상이 새로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300㎜ 라인 시설투자는 공급과 가격 면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다.

많은 업체가 올해 라인 가동을 시작하고 내년에 양산을 본격화하면 최악의 공급과잉 사태가 빚어지면서 IT 버블 붕괴로 반도체 불황이 찾아왔던 2001-2002년이나 90년대 후반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300㎜ 경쟁에서 뒤처지면 생사의 기로에 서는 업체가 생겨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요즘 반도체 업계는 200㎜에서 300㎜로 넘어왔던 90년대 중반을 꼭 닮았다.

당시에는 한국 업체들이 무서운 기세로 200㎜ 투자를 진행해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았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한국은 80년대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을 통해 최강국이 된 일본을 추월해 지금까지 10여년간 메모리를 중심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게 됐다. 300㎜ 전쟁도 앞으로 10년 이상에 걸친 반도체 업계의 판세를 결정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업계 지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아직까지는 90년대 중반의 한국 기업처럼 위협적인 후발주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중국을 중심으로 만만찮은 경쟁상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정창원 IT하드웨어팀장은 300㎜ 경쟁은 반도체 업계와 시장에 굉장한 변화를 몰고 오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2006년에 대량의 공급과잉 사태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300㎜ 전쟁을 거치면서 존폐 기로에 몰리는 업체가 생겨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ong@yna.co.kr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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