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유난히 많이 타는 터벅머리 청년의 손끝에서 세계 온라인게임의 신화가 탄생했다.
세계 23개국에 진출한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의 이명진(31) 원작자. 지난 97년 12월부터 도서출판 대원(현 대원씨아이)이 발행하는 영챔프에 ‘라그나로크’ 연재를 시작한 그 주인공이다.
74년생인 그는 이미 4∼5살때 ‘황금날개’ ‘두심이 표류기’ 등 당시를 풍미했던 만화에 심취했고, 낙서수준이지만 습작(?)을 주변에 자랑하던 그야말로 만화계의 떡잎이었다. 만화 작업에 프로로 뛰어든 것은 18세이던 지난 92년 역시 대원에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을 연재하면서 부터.
“고3이던 당시 제 생활을 담담히 그려낸 작품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처음 맛봤습니다. 이후 단행본이 9권까지 나오면서 모두 100만부가 팔려나가 만화가로서 커나갈 수 있는 재원과 이름을 동시에 얻었습니다”
이렇게 출발한 만화인생이 세계 2억명이 즐기는 공룡알로로 자랄지 자신조차 예상치 못했다. 그 공룡알이 품어진 곳이 군대 였으니 이야기는 더욱 극적이다.
워낙 세계적인 인기를 얻다보니, 그는 진짜 ‘라그나로크’ 원작자냐라는 의심도 많이 샀다. 그럴 때마다 데뷔작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에 중간중간 벽보로 등장하는 ‘라그나로크’란 이름과 카메오처럼 나오는 캐릭터들을 들춰보인다.
‘라그나로크’는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유명한 구절에서 따온 이름. ‘신들의 전쟁’ 혹은 ‘신들의 황혼’이란 뜻을 가졌다. “신화를 모티브로 한 창작입니다. 거기에 우리 환경에 맞게 온라인에 게임이란 형식으로 얹혀졌고, 세계시장에서도 빠른 전파력을 얻게 된 것입니다”
만화 ‘라그나로크’는 온라인게임으로 개발되는 동안에도 연재를 지속했다. 이명진 작가는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배경을 만화속에 집어넣고, 독자 요구를 게임 패치때 수용하는 방식으로 작품간 ‘인터랙티브’를 지속했다.
“책상에 틀어 박혀 그리는 것으로만 만족하던 것에서 탈피, 온라인게임으로 옮긴 후 많은 변화를 느꼈습니다. 온라인은 그동안 인쇄 만화가 주지못했던 또 하나의 신천지였습니다. ‘라그나로크’가 일본, 대만에 선을 뵈면서 온라인 이용자들의 거세지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연재는 잠정 중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올해안에 클로즈베타 예정인 차기작 ‘라그나로크2’의 원작도 맡고 있다. 캐릭터, 그래픽, 디자인 등 그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다.
원소스멀티유즈의 전형적 모델로 우뚝 선 ‘라그나로크’에 처음 생명력을 불어 넣은 이명진 작가. 만화 연재처럼 온라인게임 시리즈의 메가히트 행진이 계속 이어질지 업계는 그에 손끝을 주목하고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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