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포커살롱](34)운일까 실력일까.

“나보다 더 훌륭한 투수는 수없이 많았지만, 나보다 더 운이 좋은 투수가 없었기에 그 영광을 내가 차지했을 뿐이다. 나에게 이런 큰 행운을 내려주신 신에게 감사한다.” 130년이 넘는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역사상 유일한 퍼펙트 게임의 대기록을 가지고 있는 전 뉴욕 양키스 투수 ‘돈 라슨’은 퍼펙트 게임을 했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과연 돈 라슨의 대기록은 운이라고 봐야 할까, 실력이라고 봐야할까.

얼마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포커 챔피언쉽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거스 핸슨’은 공격적인 플레이어로 꽤 이름이 알려진 승부사이다. 핸슨은 대회에서도 시종일관 자신의 명성에 걸맞는 아주 공격적이고 과감한 플레이로 주위에서 지켜보는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세계포커대회 결승전은 거의가 노리미트 홀덤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노리미트 베팅방식은 공격적인 플레이가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무리 공격적인 플레이가 유리하다 해도 노리미트 게임 방식은 단 한판에 승부가 끝나는 룰이므로 조그마한 방심이나 틈이라도 보여서는 곤란하다.

그런데 이날 거스 핸슨은 지나칠 정도로 무리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주저 없이 승부를 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당시 대회를 중계하던 해설자도 “거스 핸슨의 플레이는 정상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모하다”고 일침을 가했고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필자 역시 해설자와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다음번에 펼쳐질 카드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류 승부사인 거스 핸슨의 플레이를 아무도 나무랄 수 없었다. 일류 승부사들이란 확률보다 자신의 동물적인 감각에 의해 승부처를 만들 줄 알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남들이 볼 땐 분명 불리한 상황이지만 자신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든지, 아니면 승부가 걸린 상대방과는 왠지 게임이 잘풀린다든지 하는 식의 감각에 의해 내린 결정일 수 있기에 아무도 그 결정에 토를 달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거스 핸슨은 불리한 상황에서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연이어 역전을 거듭하며 챔피언에 등극하게 된다.

거스 핸슨이 챔피언으로 결정된 후, 해설자는 “우승자에게 많은 행운이 따른 시합이었다. 비록 우승은 했지만 오늘의 핸슨의 플레이는 지나치게 무리했다”고 평가했으며, 게임 중 핸슨에게 패해 중도 탈락한 한 겜블러는 “핸슨의 저런 플레이는 언제든지 환영한다. 다시 한번 붙어보고 싶다”며 핸슨의 행운을 부러운 듯 꼬집었다. 필자 역시 핸슨의 플레이가 정상적이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 핸슨의 플레이가 좀 전에 언급했듯이 자신의 승부호흡에 의한 결정이었다면 그것은 정말 핸슨의 뛰어난 감각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무리 핸슨의 승부 호흡이 뛰어나다 해도 분명 위험한 플레이로 일관했다는 것만은 그 날의 시합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과연 핸슨의 우승은 운이라고 봐야 할까, 실력이라고 봐야 할까.

앞서 말한 돈 라슨의 대기록, 그리고 거스 핸슨의 우승, 두가지 모두 행운이 작용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필자는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운이란 결코 없다고 단언한다. 운동경기에서든, 포커에서든, 우리의 인생에서든, 약간의 운이 작용함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실력을 갖춘 후에 비로소 그 약간의 운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펀넷고문 leepro@7po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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