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식 기자의 `스타크` 고수에게 배운다](하)악마토스 박용욱편

한번 기회를 잡으면 털끝만큼의 아량도 보이지 않고 처절할 정도로 상대를 몰아붙여 승리를 따내는 박용욱. 그래서 그에게 붙여진 닉네임이 ‘악마토스’다. 상대를 사정없이 몰아치는 악마같은 프로토스 유저란 의미다.

스토브리그 동안 부산에 있는 집에 내려가 꿀맛같은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전지훈련을 소화한 후 이제 막 합숙소에 복귀한 그를 찾아 ‘무서운’ 프로토스가 되기 위한 비기를 전수받았다. 실전 평가(?)에 앞서 프로토스 유저라면 반드시 갖춰야할 기본기부터 물었다. 앞서 배웠던 김동수나 전태규와는 다른, 프로토스의 기본적인 전략 전술로서 박용욱만의 또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음∼프로토스의 기본이라기 보다는 모든 종족에 해당되는 기초를 얘기하는게 좋겠네요. 어차피 모든 전략 전술은 상대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이니까요.” 우문현답이다. ‘생긴대로 꽤 똑똑한 악마토스로군’하고 생각하며 뒷 말을 기다렸다.

“‘먼저 미니맵을 잘 살펴라’라는 주문하고 싶어요.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메인 맵과 달리 미니맵은 전체를 볼 수 있죠. 미니맵을 통해 상대방의 멀티, 적 유닛의 이동, 갑자기 벌어지는 소규모 전투 등 필요한 정보를 얻고 즉각 대처하는 것이 중요해요. 운전으로 치면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까지 두루 살피면서 진행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미니맵 관찰은 정말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최근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연수를 받고 있다더니만 스타크래프트 기본기를 운전에 비유해 설명하는 솜씨가 놀랍고 한편으로 재미있다.

“다음으로 건물 ‘넘버링’이 중요하다고 봐요. 스타크는 시간싸움이거든요. 원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빠르게 작전을 펼치려면 유닛 생산은 물론 업그레이드까지 단축키로 바로 해결해야 합니다. 필요한 업그레이드와 어느 정도까지 업그레이드가 완료됐는지 단축키로 즉각 확인한 후 타이밍에 맞춰 유닛을 이동하는 겁니다. 그러면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몇초를 단축할 수 있어요.” 유닛 생산을 위한 넥서스나 게이트 지정은 알고 있었지만 업그레이드에까지 단축키를 사용한다는 점, 나아가 0에서 9까지 밖에 없는 키 설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시로 지정 버튼을 새로 짠다는 말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하나더 얘기하면 랠리포인트 기능을 잘 이용하는 것입니다.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나 인근 지역, 또는 필요한 곳에 랠리포인트를 찍고, 이것 또한 수시로 바꿔 활용하는 거죠.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유닛을 모아 즉시 즉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직접 한 수 배우고자 나란히 PC앞에 앉았다. 앞서 김동수 전태규와의 대전 때처럼 초반에 어이없이 무너지는 재미없는 결과(?)를 차단하기 위해 박용욱에게 프로브 4마리가 아닌 3마리로 시작하는 핸디캡을 줄 것을 주문했다. 내 작전은 속전속결형 초반 러시였다.

 아군은 3시였고 정찰을 통해 적 진영이 12시인 것을 확인했다. 재빨리 게이트를 올리고 있을 때 박용욱은 아직이었다. ‘으흠, 좋았어.’ 게이트를 연속으로 3개까지 올리고 질럿을 5기까지 뽑아 1차 돌격을 생각했다. 그런데 막 5기째 생산할 쯤 역으로 그의 질럿이 쳐들어왔다. ‘허걱!’ 놀란 가슴에 일단 나온 질럿을 총동원해 달려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보다 1기가 적었다. ‘올커니’ 후퇴하는 그의 질럿을 추격했다. 뒤이어 나온 질럿까지 합세해 내친김에 그의 본진까지 밀어붙이려 했다.

박용욱의 섬세한 유닛 콘트롤을 접한 것이 이때부터. 프로브 하나를 질럿 사이에 배치해 수적 열세를 만회하더니 방어와 때때로 공격할 때는 가장 효과적인 진영을 구축해 효율적인 싸움을 했다. 마치 질럿 하나 하나가 알아서 가장 필요한 곳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수적 우세에 있던 내 질럿부대는 수 십초도 안돼 밀리기 시작했고 본진까지 후퇴했다.

 내 본진에서 박용욱은 예의 그 악마토스다운 냉정함을 보였다. 본진의 아군 질럿이 합세하면서 질럿 수가 다시 엇비슷해지자 그는 성급하게 공격하지 않고 내 입구 쪽에 진을 쳤다. 그리고 채 2분이나 됐을까. 상대편 부대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내 질럿부대를 잠시 움직여 앞으로 나가보니 그의 유닛은 이미 수적으로 내 질럿을 크게 앞지르고 있었다. 곧이어 일말의 아량(?)도 없이 쳐들어왔다. 더이상 막을 수 없었다. GG!“프로브 생산과 미네랄에 붙여 자원을 캐는 것, 그리고 최초 파일런 소환 등 여러 면에서 좀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리플레이를 보며 그의 조언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시간 단축을 위한 초반 효율적인 유닛 콘트롤과 건물 소환이다. “처음에 미네랄 한덩어리에 한마리씩 프로브를 붙여요. 미네랄이 100 가까이 됐을 때 프로브를 파일런 소환 위치로 이동시키고 100이 되자마자 파이런을 소환하세요. 곧바로 정찰을 시키고 프로브 정찰은 최대한 오래동안 꼼꼼하게 해야 합니다.”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던 부분들을 그는 세세히 지적했다. “초반 빌드는 좋아요. 그런데 공격을 생각했다면 최대한 빨리 공격을 감행해 어떤 식으로든 상대에게 피해를 주든가, 흔들어놓든가 해야하는데, 타이밍이 좀 늦었어요.” 초반 자원 생산의 차이를 적절히 이용하지 못한 점을 말한다.

“미네랄이 50 있을 때 프로브 생산 버튼을 눌러 자원을 캘 것인가, 아니면 100까지 기다렸다가 질럿을 뽑을 것인가는 초반 전략에 아주 중요합니다. 일단 공격하기로 결정했으면 1초라도 더 빨리 질럿을 뽑아 진출해야죠. 공격으로 계획을 세웠으면 끝까지 공격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스타크는 시간 싸움이거든요”베틀넷에서 모르는 상대와 붙든, 아니면 주위의 아는 친구와 내기를 하든 간에 막상 붙었을 때 어떻게 해서든 이기려고 정석보다는 필살기나 꼼수를 생각하게 된다. 일반 아마추어들은 그래서인지 차분하게 기본기를 다질 틈이 없다. 그래서 기본기를 잘 다질 수 있는 좋은 연습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연습방법이요. 음, 팀플전을 많이 해보는 것이 좋아요. 팀플레이는 대규모 전투 상황이 갑자기 벌어지지 않고, 최대한 빨리 유닛을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죠. 특히 미니맵을 잘 봐야하고 부대지정과 랠리포인트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앞에 말한 기본기를 쌓는데 많은 도움이 많이 되죠.”

평소에도 팀플레이가 재미있고 그래서 즐겨하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따끔한 충고를 던진다.

“더 좋은 방법은 실력 향상에 대한 스스로의 관심이예요. 일정 수준에서 스스로 만족해버리면 더 이상 실력은 늘지 않아요. 자원과 유닛 생산, 부대와 건물 지정, 랠리포인트와 미니맵 보기, 그리고 섬세한 유닛콘트롤까지 스스로 생각할 때 더 이상 무엇을 익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자신의 현재 실력에 만족할 때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를 생각하며 고수를 찾아야 합니다.” 자신보다 상위 레벨의 고수를 꺾기 위해 꼼수를 찾거나 고수에게 배우면 금방이라도 실력이 향상될 것 같은 성급한 아마추어들이 명심할 부분이었다.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갖춰야할 기본이 무엇인지 대부분의 스타크래프트 유저는 알고 있다. 문제는 알고 있는 그 기본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여부다. 고수는 분명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들, 쉽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부분을 보다 철저하게 연습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게임에 활용할 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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