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연구원(KARI)의 경비행기 ‘보라호’가 시험비행 도중 추락한 참사는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모든 역사는 가정을 거부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항공우주기술의 발전을 위해서 이런 가정을 해 봄 직하다.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항공전문가들은 최근 “보라호 개발시 비행기 제작기술에서 이미 세계적 경지에 오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항공우주연구원(KARI)과 협력했었다면 최소한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두 기관간 협력을 촉구하는 분위기기 팽배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각각 위성발사체와 항공기 제작 기술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지만 개발협력이 이뤄지지 않는 등 효율적인 국가연구자원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30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우주항공 전문가 등에 따르면 정부예산을 쓰고 있는 이들 두 기관의 이 같은 협력 부재로 예산의 중복 투자는 물론 고급 인적 자원 활용 측면에서 상당한 낭비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떤 기술 보유하고 있나=KARI는 지난 2001년 4인승 소형 단발 항공기 ‘반디호’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KARI는 4인승 전진익기 ‘보라호’개발에 나섰다 실패하기도 했다. 앞으로 항우연은 560억원을 들여 소형 항공기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KARI에 비해 ADD의 비행기 제작 기술은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 ADD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경항공기 ‘부활’을 비롯한 한국형 기본훈련기인 KT-1,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등을 자체 개발, 수출까지 진행 중이다.
또 발사체 기술에서 추진연료체계는 다를 지라도 KARI는 인공위성 발사체, ADD는 지대지 및 지대공 미사일 등의 군사용 발사체 등 이미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양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스마트 무인 항공기 등 다양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기술 협력 안 하나, 못하나=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양 기관이 개별적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을 뿐 기술노하우 전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항공 및 발사체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시너지 효과가 그대로 사장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KARI 측은 군수용과 민간용 시장이 다른 데다 세부 기술로 들어갈 경우 개발방식에 차이가 다소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KARI 측은 협력이 안 되는 이유로 예산부족을 꼽고 있다. 만약 민군 겸용으로 기술을 개발하려면 과제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다 인건비 지출 및 기술이전 비용이 과제 수행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지나치게 꽉 짜여져 어떻게 해볼 여지마저 없다는 것이다.
ADD측은 민군겸용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항공분야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손잡고 군수기술의 민간이전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다 국가안보와 관련한 민감한 기술이라는 점 때문에 KARI와의 협력을 위한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입장이다.
◇해결 방안 없나=항공우주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때 그때 서로 필요한 기술에 대해서는 회의를 통해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우주개발 협력 지원 기구(가칭)같은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개발 방식이 다르더라도 항공기 제작이나 발사체의 원천 기술은 한 곳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노하우 전수만 이루어진다면 나머지는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 J씨는 “국가 보안이 필요하지 않은 세밀한 노하우와 기술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로가 상생의 묘를 살릴 방안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ADD사업 대부분이 대외비를 요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부분에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연구현장과는 다소 다른 목소리를 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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