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동물의 눈은 빛이 강렬하면 홍채 크기가 작아져 빛이 적게 들어오게 하고, 빛이 거의 없는 어두운 곳에서는 크기가 커져 빛이 최대한 많이 들어오도록 한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떨까. 식물에도 사람과 동물의 홍채와 같은 기능을 하는 물질이 있다. ‘피토크롬’이라는 ‘청록색 색소 단백질’이 그것이다. 피토크롬에는 마치 커튼 같은 역할을 하는 ‘인산기’라는 것이 달려 있는데 햇빛이 너무 강하면 인산기가 피토크롬을 가려 빛을 조금만 인식하도록 하고, 반대로 햇빛이 약하면 인산기가 떨어지면서 빛을 많이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식물세포가 빛을 최적의 상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이 인산기를 조절하는 일종의 두뇌 구실을 하는 ‘PAPP5’라는 유전자를 올 초 포항공대 남홍길 교수팀이 발견해 세계 생물학계를 놀라게 했다. 남 교수팀은 또 ‘PAPP5’를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해 햇빛이 매우 적은 상황에서도 인산기와 피토크롬이 마치 빛이 많은 것처럼 착각하도록 만듦으로써 빛이 많을 때와 동일한 수준의 작물을 얻는 방법도 연구·개발했다.
남 교수팀은 ‘PAPP5’ 유전자의 능력을 키운 결과 빛에 대한 유전자의 민감성이 최대 30% 증가했으며, 이는 빛의 양이 30% 줄어도 똑같은 크기의 작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농업 생산량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인자 중 하나가 바로 ‘일조량’이다. ‘PAPP5’ 유전자를 조절하는 유전공학 기술이 발달해 일조량에 상관없이 대량 작물 생산이 가능해지면 ‘제2의 농업혁명’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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