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한빛스타즈 이재균 감독

평균 연봉 1000만원 대 선수로 수천만원대에서 억대 연봉 선수까지 즐비한 팀들을 차례로 제치고 2004∼2005 스카이프로리그 정상에 오른 ‘한빛스타즈’ 이재균 감독(32). e스포츠계에서 그는 ‘승리을 만들어내는 감독’으로 통한다.

프로게임팀 감독으로서 ‘우승할 줄 안다’는 것 만큼 큰 칭찬도 없다. 모든 조건이 잘 갖춰진 환경에서 예상대로 거둔 최고팀 타이틀이 아니다. 고액 연봉과 인센티브, 넓고 안락한 연습실, 편안한 이동밴 등 대기업 스폰서 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조건 아래서 거둔 우승이었기에 그의 활약은 더욱 값지고 빛이 난다.

# 공포의 외인구단 감독

“누구는 2억원, 누구는 6000만 원 등 수천만원대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 많이 있죠. 우리팀에는 선수나 감독이나 3000만원 이상이 없어요.” 우승 소감을 묻자 그가 가장 먼저 꺼낸 얘기는 선수들과 자신이 받는 대우였다.

한참 들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의 모습은 의외로 차분했다. 아니 한빛스타즈에 대한 주위 평가와 대우에 대해 약간은 응어리진 감정이 어투와 표정에 실려있었다. “1라운드 우승 때보다 느낌이 덜해요. 그 때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기뻤었는데 이번 그랜드 파이널 우승 때는 솔직히 좀 덤덤하네요.”

왜 덤덤했을까. 그랜드 파이널에 오른 4개 팀 중 최약체로 평가된 한빛스타즈가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으면 어느 때보다 감동이 컸을 터인데 왜 덤덤한 느낌이라고 할까. “아마도 너무 힘들게, 오랫동안 준비해와서 그런 것 같아요. 약팀이라는 평가를 프로리그 1라운드 시작 때부터 들어왔고 우승 이후 2라운드 때부터 6개월 이상을 그랜드 파이널만 염두에 두고 준비했으니까요.”

그렇다. 사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빛스타즈는 양대 방송리그를 통틀어 개인리그 본선 무대를 밟은 일명 ‘스타리거’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에이스 나도현만이 잠깐 반짝했을 뿐 대부분 2부 리그격인 마이너리그와 챌린지리그로 밀렸다. 빼어난 스타리거나 고액 연봉을 받는 특A급 선수가 없는 한빛스타즈였기에 약팀으로 평가된 것은 당연했고 우승과의 거리는 멀어보였다.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힘들었죠. 대부분이 신인급인 선수잖아요. 한참 잘 나가는 상대팀 선수를 놓고 우리팀 엔트리를 짜고 전략을 마련하려니 보통 힘든게 아니었죠. 그나마 에이스였던 선수는 부진했고요. 특히 연봉 등 여러면에서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상대팀과 우리 선수들이 비교돼 주눅이나 들지 않을까 걱정 많이 했습니다. 자신감 있는 분위기 조성이 가장 어려웠고 그래서 더욱 매몰차게 연습시켰던 겁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서러움이 서려있었다. “이제 보여줄 만큼 보여줬고 할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입은 있어도 말을 못했습니다. 회사 사정을 고려해서죠. 하지만 이제는 얘기해야겠어요.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모기업인 한빛스타즈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프로게이머에게 스폰서가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연습 환경과 대우면에서 선수들간에 느끼는 상대적인 열등감과 우월감이 의외로 크거든요. 스폰서가 없는 팀도 여럿 되기에 한 때는 행복한 처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빛스타즈에 저 혼자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우승의 주역인 선수들을 배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봐요.”

오는 5월 재계약을 앞두고 이 감독은 선수 연봉과 인센티브 등에서 필요한 부분을 회사측에 당당히 요구할 생각이다. “우리팀은 스폰서가 있으면서도 헝그리정신으로 뭉쳐있습니다. 어찌보면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거죠. 절충하면 됩니다. 회사측도 선수와 감독인 저의 처지를 잘 알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배려해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e스포츠계 꾀돌이 여우 감독

지도자 경력으로 보면 이 감독은 현 11명의 감독 중 최고참이다. 98년 25세 때부터 감독 생활을 시작해 횟수로 8년째다. ‘영웅토스’ 박정석과 ‘불꽃테란’ 변길섭, 악마토스 박용욱 등 그가 발굴하고 키워낸 스타플레이어가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지망생들, 나아가 유명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현 프로게이머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들이 무슨 마음을 먹고 이 세계로 들어왔는지, 지금 당장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죠.”

특히 프로리그에서 이기는 방법을 아는 노련한 감독으로 소문난 것도 이 같은 오랜 경력에서 나온 노하우 때문이다. “개인 리그가 아닌 팀리그에서 만큼은 어떻게 해야 성적이 나오는지 알 것 같아요. 사실 팀리그인 프로리그는 머리싸움이죠. 그랜드 파이널 우승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고 또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결국 엔트리 구성과 전략면에서 이겼다고 봅니다.”

그가 프로게임팀 감독이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은 스스로 오르지 못했던 고지를 어떤 식으로든 다시 오르고 싶었던 열망에서 비롯됐다. “대리 만족이랄까요. 내가 찾고 길러낸 후배 선수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리그 정상에 오르고 싶었던 희망, 그래서 감독을 시작했어요” 그 때부터 만 7년간 그의 인생에는 한빛스타즈와 게임리그가 전부를 차지했다.

전장에서는 여우로 통하지만 선수 관리에서는 냉정하고 또한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성적을 떠나 데리고 있는 선수를 고르게 대우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지만 자극을 줄 때는 자존심을 뭉게지도록 혹독하게 대한다. “감독인 내게 큰 소리 치고 싶으면 성적으로 보이라고 얘기합니다. 현재 선수 중에서 김선기가 가장 자극을 많이 받았죠. 그래서 가장 기대주로 컸다고 생각해요.”

# 결혼, 감독생활, 그리고 돈

그는 요즘 고민이 많다. 가정을 꾸려야할 나이가 됐고, 미래를 위해 이제부터라도 무엇인가를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이 많아서다. “결혼이요? 뭐가 있어야 하죠.” 그 ‘뭐’는 돈과 여자 둘다 없다는 것이란다. “결혼 얘기하니까 갑자기 화가 납니다. 지금까지 제 자신을 위해서 해놓은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5년 전 만해도 혈기 왕성할 때는 이 생활이 좋아서 했는데 솔직히 이제는 돈이 절실하게 느껴져요. 돈을 벌고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는 게임 리그에서는 거만해 보일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지만 사회 생활과 결혼, 미래에 대한 준비 등에서는 철없는 소년같은 느낌이다. “제게 올만한 여자가 있을까 모르겠어요. 사실 감독 생활이 거의 게임 중독자 수준이거든요. 선수들과 함께 자고 먹고 관리와 감독, 매니저까지 1인 3역을 해내야 하는 직업이예요. 그래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어요. 어디 좋은 아이템 없을까요. 감독 생활 좀 벗어나게요.”

고민은 개인적인 것 뿐만이 아니다. “요즘들어 성적을 내는 것 이상으로 모든 선수들의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우리팀 뿐 아니라 다른 모든 팀에서 프로다운 자세와 매너를 교육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몇몇 선수들처럼 한 때 거뒀던 좋은 성적에 집착해 현재 연습을 게을리한다거나 주어진 여건에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기업 스폰서는 냉정합니다. 투자대비 효과가 적으면 효과가 많은 쪽으로 방향으로 바꾸죠. 끊임없이 갈고 닦아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치고 힘들어 감독 생활을 접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금새 프로게임팀 감독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1993년 건국고등학교 졸업

1998년 프로게임팀 SM 감독

2001년 한빛스타즈 감독

2003년 LGIBM배, KTF에버배 팀리그 준우승

2004년 스카이프로리그 1라운드 우승

2005년 스카이프로리그 그랜드파이널 우승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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