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위피 당장은 "글쎄"

위피(WIPI) 상용화와 관련해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사의 반응은 한마디로 ‘소 닭보듯 한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그리 신경쓸 만한 사안도 없으며, 신경쓰고 싶지도 않다는 분위기다.

처음 위피 상용화 얘기가 나올 당시 모바일 게임 개발사는 소비자를 제외하고 위피 상용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동통신 3사마다 제각기 다른 플랫폼 사용으로 인해 개발사는 필요할 경우 하나의 게임을 세가지 플랫폼에 맞춰 개발해야 했지만 위피 플랫폼 하나로 통합될 경우 개발 비용 감소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중장기적인 희망일 뿐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현실은 달랐다. 정작 위피가 개발돼 위피 탑재폰이 등장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 여럿 나왔지만, 그 수요가 적을 뿐 아니라 위피폰이 언제 대중화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콘텐츠 개발에 앞서 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안됐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지난 해까지 채 100만대가 되지 않는 위피폰 보급 환경에서 위피용 게임은 돈이 안되는, 만들면 손해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개발업계에 퍼졌다. 모바일 게임업체 A사장은 “매출이나 수익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위피용 게임을 장기적인 산업 발전을 위해 개발하겠다는 업체가 과연 몇이나 되겠냐”며 “현재까지 나온 몇몇 위피용 게임은 대부분 통신사의 요구에 못이겨 시험적으로 만든 게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정책에 등 떠밀려 위피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은 지난해부터 개발사를 상대로 위피 게임 개발을 본격적으로 독려해왔다. 일단 부족한 위피폰 보급이 문제이긴 하지만 위피용 콘텐츠 보급이 따라줘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확산될 수 있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억지로 떠밀려 하는 일이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듯 위피용 게임 개발은 그리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게임 개발의 주체인 개발사 입장에서 볼 때 위피가 또 하나의 개발 플랫폼에 지나지 않기에 장기적인 비용절감은 차치하고 당장 불필요한 비용이 소요되는 애물단지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이동통신사 마다 위피 상용화에 따른 이해득실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도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바일게임산업협회 오성민 회장은 “개발사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지켜볼수 밖에 별 도리가 없다는 분위기다. 돈이 안되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처럼 앞다퉈 개발할 입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몰라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저 필요에 따라 한두개 정도 만들어 본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며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일단 이동통신 3사가 앞장서서 위피 확산을 위해 뛰고 있으니 보다 나은 환경이 조성되지 않겠냐”고 말했다.위피의 특장점은 두말할 필요 없이 표준성이다. 위피라는 한 가지 버전만 만들게 되면 모든 이통사에 거의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또 위피는 C와 Java라는 서로 다른 언어로 작성해도 컴파일 후 같은 결과의 파일을 얻을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개발사 입장에서 접근이 쉽다.

만약 위피 탑재 단말기가 시장에서 1000만대 이상 보급된다면 위피 만으로 개발·서비스하는 업체가 생겨나고 전체 VM 단말기 대부분을 커버하는 시기가 온다면 위피 만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자연스럽게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은 현재 이동통신 3사에 각각 서비스하기 위해 서로 다른 플랫폼으로 개발하던 기존의 개발 프로세스를 대대적으로 손보게 될 것이다.

아다시피 이동통신 3사는 각기 다른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게임 개발에 주력하는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통신사마다 각기 다른 모바일게임을 서비스해 왔다. 그러나 위피 만으로 개발하는 시기가 온다면 이동통신 3사가 서비스하는 모바일게임의 차이는 없어지고 결국 동일한 게임을 이동통신 3사에 함께 서비스할 수 있어 개발사 주도의 시장 확대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개발사 입장에서는 다른 플랫폼으로 모두 게임을 개발한 후 위피용 게임을 따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그냥 위피로만 개발하기에는 아직까지 메뉴 노출도나 단말기 보급 대수 면에서 수익성이 약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위피가 대한민국 표준 플랫폼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위피폰 보급이 가장 우선이다. 여기에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 플랫폼과 비교해도 우위를 유지할 수 있어야만 한다. 위피로 만든 게임의 성능이 더 우수하고, 사용자들도 위피 어플리케이션을 선호한다면 위피 표준화는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플랫폼 측면에서의 단말기 대응력이 우수해야 한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개발자의 손이 덜 가고 개발이 용이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위피가 실린 단말기는 모두 LCD 해상도가 한가지로 통일된다든지, 아니면 어느 정도 규칙을 가져 개발자가 쉽게 대응할 수 있다든지, 또는 LCD 크기가 커지더라도 위피 플랫폼 차원에서 직접 확대·축소 등의 기능을 갖고 있어 개발자가 아예 신경쓸 필요가 없도록 한다든지 하는 일이다. 이는 개발사의 플랫폼 대비 개발 비용을 감소시켜 위피 어플리케이션 매출이 작아도 위피를 개발 플랫폼으로 우선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모바일게임은 게임 전용 단말기가 아닌 셀룰러폰을 매체로 개발됐기 때문에 이동통신사 및 단말기 제조사에 따라 각기 특화된 특징들로 인해 많은 포팅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위피가 빠른 속도로 확산돼 현재의 과도기적 상황만 지나가게 되면 기존 이동통신 3사 플랫폼에 맞춰 각기 개발하던 프로세스는 사라지고 단일 플랫폼으로만 개발이 가능하게 돼 결국 개발비의 획기적인 감소 효과와 더불어 게임의 퀄리티 향상에 더욱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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