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무선인터넷시장 `위피시대` 열린다

 무려 100억이 넘는 정책 자금으로 개발된 사실상의 모바일 표준 플랫폼임에도 불구,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위피’(WIPI)가 오랜 동면에서 깨어날 조짐이다.

정부가 오는 4월1일부터 국내 서비스되는 모든 휴대폰에 위피 탑재를 의무화해 위피 시장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SKT·KTF·LGT 등 이통3사는 정책적으로 위피를 디폴트로 탑재한 ‘위피폰’ 출시를 대대적으로 확대, 본격적인 ‘위피 시대’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전망이다.

 

 출발은 거창했다. 지난 2001년 미국 퀄컴이 CDMA용 무선인터넷 플랫폼 ‘브루’(BREW)를 내놓자 정부는 한국 모바일 시장 사수를 위해 위피를 대안으로 제시했고, 정부와 산·학·연이 컨소시엄을 구성 총 110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로 위피 개발에 들어갔다.

이후 2003년 4월 실질적인 상용 버전인 위피 1.2버전이 개발 완료됐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의 통상압력과 ‘GVM’ ‘SKVM’ ‘브루’ ‘J2ME’ 등 기존 플랫폼의 장벽에 밀려 위피는 그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위피1.2가 발표된지 1년8개월이 지난 작년말까지만해도 위피 탑재 휴대폰 수가 전체의 3%도 안되는 100만대를 밑돌았을 정도다.

 하지만 이젠 상황은 달라졌다. 정부 고시에 따라 4월1일부터 위피를 탑재하지 않은 휴대폰은 국내 서비스가 불가능해진데다 이통사들이 앞다퉈 위피폰 보급에 나서고 있기 때문. 여기에 조만간 기존 1세대 위피의 단점을 보완한 2세대 위피( 위피2.01)가 상용화될 예정이다. 위피 개발자 포럼 ‘WIDE’의 김경민의장(EXE모바일 부사장)은 “다음달을 분기점으로 위피폰 보급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여 이르면 연말경엔 모바일콘텐츠 시장에 위피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위피폰 1000만시대 가시화

 올들어 이통3사가 정책적으로 위피폰 보급 확대에 나서면서 위피폰 보급이 벌써부터 급류를 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누적 위피폰 보급수가 100만대를 넘어선데 이어 지난달 말까지 28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SKT가 약 220만대, KTF가 57만대, LGT가 5만대 수준. 어림잡아도 불과 한 달여만에 작년 연간 보급대수의 2배를 넘긴 셈. 이달 말까지는 위피시장 활성화의 1차 관문으로 간주돼왔던 300만대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모델수도 30개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연말엔 위피폰 보급대 수가 1000만대 수준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의무화 조치로 보급률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 확실한데다 현재 국내 휴대폰 내수 판매량이 월 100만대를 웃돌고 있기 때문. 특별한 이변이 없는한 연말까지는 위피 탑재 휴대폰 수가 총 1200∼13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1500만대를 웃돌며 최고 보급율을 나타내고 있는 신지소프트의 ‘GVM’ 탑재폰에는 못미치지만, XCE의 ‘SKVM’이나 퀄컴의 ‘브루’ 탑재폰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 게임시장에 미칠 파장은

 위피폰의 1000만시대 진입이 가시화됨에 따라 무선 콘텐츠 시장은 다시한번 격변의 시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플랫폼 탑재 단말기 수가 1000만대를 넘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 변화를 예고하는데다 궁극적으로 국내 서비스되는 모든 휴대폰에 유일하게 탑재된 플랫폼이 다름아닌 위피일 것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피 시대의 개막으로 콘텐츠, 특히 최대 수요자인 게임 시장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일단 모바일게임 업계의 견해는 다소 엇갈린다. 정부와 이통사 정책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궁극적으로 위피가 플랫폼 시장을 싹슬이할 것으로 보여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때 위피와 기존 플랫폼들이 상당기간 혼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위피 시대 조기 개막을 둘러싼 긍정론과 신중론이 팽팽하다. 이는 곧 위피가 모바일 게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중폭 이상이냐, 소폭이냐를 결정하는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모바일 시장의 절대적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이통3사가 전략적으로 위피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데서 비롯된다. 실제 이통3사는 위피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당근’ 정책을 준비 중이다. 이미 SKT의 경우 위피 콘텐츠 공모전 등을 통해 CP들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KTF는 무선데이터 매출의 일정 부분을 펀드를 만들어 위피 콘텐츠 개발 지원에 활용키로 했다.

 초기에 위피 콘텐츠 절대 부족으로 인해 서비스 론칭이 유리할 것이란 점도 긍정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김경민 WIDE의장은 “LGT의 경우 위피 콘텐츠는 바로 서비스해주고, KTF도 조만간 위피 콘텐츠를 필수, 브루를 옵션으로 하는 정책을 집행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면서 “궁극적으로 위피가 널리 보급되면 개발사들은 다양한 플랫폼용 버전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보다 질적으로 향상된 게임 개발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시장 활성화의 변수와 과제

 위피폰 의무화 조치와 위피 단말기 보급 확대에도 불구, 이 시장에 당장 큰 변화가 일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적지않다. 이는 설령 위피폰 보급이 급증한다고 해도 기존의 주요 플랫폼 보급량이 이미 1000만대 안팍으로 탄탄히 형성된 상황에서 굳이 위피쪽에 줄을 댈 이유가 적다는 것.

위피가 표준 플랫폼이긴 하지만, 이통사별로 조금씩 다르게 적용되고 단말기 표준이 최신형 고가폰에 맞춰져 있어 개발 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점도 부정론의 근거. 한 중소 CP개발팀장은 “이통사들이 위피 콘텐츠만 받아준다면 몰라도 모든 플랫폼을 개방해놓은 상태에서 당장에 위피버전으로만 콘텐츠를 론칭할 CP는 그리 많지 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위피 시장 활성화는 단순히 위피폰의 보급 확대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플랫폼 보급 확대에 맞춰 어떻게 자연스럽게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 앳누리 박준재 게임개발실장은 “위피는 JAVA와 C++를 지원해 개발이 용이하고 확장성 우수하며, 개발자 양성이 용이한 점 등 여러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조기 정착을 위해선 일선 개발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피의 특장점을 제대로 살린 양질의 위피 전용 게임이 최대 변수라는 견해도 많다. 플랫폼의 성패는 해당 콘텐츠에 의해 좌우될 것이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 겸용 콘텐츠보다 양질의 위피 전용 콘텐츠 확보가 ‘전제조건’이라는 것.

젤리오아시스 김창훈 사장은 “위피만 단독 지원하는 고퀄리티 게임이 많이 나와서 유저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면, 위피단말기 교체가 더욱 빨라지는 등 선순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위피가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CP 입장에선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 정부와 이통3사 등이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표> 위피의 어제와 오늘

 2001년 7월: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 모바일플랫폼 표준화 결정, 준비모임

  〃 9∼10월: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과제제안 접수 및 공모 발표

 2002년 3월: 모바일 표준 플랫폼 ‘위피’ 규격 채택

  〃 11월: 모바일 표준 플랫폼 2차 과제 종료

 2003년 2월:위피 V1.1 발표

  〃 4월: 위피 V1.2 확정

  〃 9월: 위피 2.0 규격 요구사항 접수

 2004년 2월: 위피 V2.0 발표

 2005년 4월: 위피 탑재 의무화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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