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국가 과학기술 혁신의 길

참여정부는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룩하고자 과학기술정보통신보좌관 신설, 과학기술부 장관의 부총리 격상, 과학기술혁신본부 신설 등 과학기술 분야 행정체제를 2년여에 걸쳐 완성함으로써 공공 부문에서의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혁신은 시스템과 연관이 깊기 때문에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하드웨어(행정체제)와 소프트웨어(정책과 제도) 그리고 그 둘 간의 연계인 운용체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소프트웨어들 간 충돌 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운용체계와 주변 환경이다.

 전세계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운용체계와 주변 환경을 잘 갖춘 국가는 선진국에 진입해 있고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은 개인 연구로부터 연구만을 전문으로 하는 현대 연구소 개념을 만들었고, 독일과 프랑스에 뒤처져 있던 미국은 우수한 인재를 전세계에서 영입하기 위한 풀브라이트 장학금제도와 하버드, MIT 등과 같은 사립대학 시스템을 완성했다. 일본은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엔지니어 인력 양성을 위한 이상적인 대학으로 공부대학교(현 도쿄대학교 공과대학 전신)를 설립했다.

 또 이러한 정책이나 제도들이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운용체계로 독일은 프로페셔널리즘과 마이스터, 미국은 능력을 존중하는 경쟁 시스템, 일본은 투철한 장인정신을 갖추고 있다. 핀란드·스웨덴과 같은 국가들은 신뢰도와 투명성이 뛰어나 거래비용이 적은 사회적 환경을 갖추고 있어 혁신을 위한 토양이 잘 발달돼 있다.

 이 같은 선진국의 예를 볼 때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기술 혁신을 위해 운용체계와 사회적 환경을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가다.

 먼저 운용체계에서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들 간의 충돌을 조정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파워를 높여야 한다. 이를테면 기술 혁신과 관련된 부처별 보유 법들을 통솔하는 국가기술혁신법(가칭)과 같은 법이 필요하다. 문제해결 관련 실무자그룹을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또한 국가의 연구개발(R&D) 기획과 관리에서 책임기획과 책임경영이 요구된다. 많은 연구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R&D 과제가 없다고 한다. 개발을 완료한 연구책임자를 만나 보면 연구제목과 내용에서 커다란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는 현재의 R&D 관리시스템은 과학기술자들이 정부에 신청할 때 연구과제 제목을 매우 포괄적으로 설정해도 선정되기 때문이다. 농부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씨앗을 골라 토양을 적합하게 가꾸어야 하고, 씨앗을 뿌린 후에는 주기적으로 논밭에 나가 성장 상태를 관찰하면서 발육이 되지 않는 씨앗은 솎아내는 등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정부의 기술개발 과제 선정과 관리도 농부가 농작물을 키워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기술개발을 통해 기술을 키워내는 기술농부는 보이지 않는다. 기술 혁신을 위해 우리가 갖춰 나아가야 할 사회적 환경으로는 첫째, 개인의 지적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사회적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지적 창의력은 그 사람의 능력과 급여가 직결되는 사회적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로 지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쉬운 예는 유사제품이 빠르게 등장하는 과자와 껌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둘째, 박사 학위를 보유한 대학 교수들과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와 공학자들만의 기술혁신리그에서 탈피해야 한다. 기술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학자와 공학자도 필요하지만 과학기술 교사, 숙련된 기술인과 기능인, 인문사회 분야 전문가도 함께 필요하다.

 셋째, 생산성과 혁신력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연공서열적 임금에서 생산성이나 혁신능력 보유 정도에 따른 능력별 임금제 도입이 확산되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인력은 기업에 단기적으로는 금전적 이득을 줄 수 있지만 전문성을 심화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혁신역량에 손해를 끼칠 것이다. 또한 신규 인력 채용 미미로 기존 인력의 고령화가 촉진되고 있어 향후 지식 이전에 단절이 생길 수 있다.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정책연구센터장 hhcho@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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