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기업투자가 서서히 깨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와 경제단체가 실시한 조사에서 올해 기업 투자가 작년보다 17∼20% 늘어나고 투자 심리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경기침체의 주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기업 투자 부진이 해소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올해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어서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우리나라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계획하고 있는 투자규모는 작년 투자실적보다 17.2% 늘어난 67조21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투자증가율 18.7%에 비해 소폭 줄어든 것이지만 작년에 정부가 기업에 투자 확대 압력을 넣은 점을 감안하면 둔화라고 보기 어렵다. 이에 앞서 산업자원부가 주요 업종별 매출액 기준 상위 2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올해 설비투자를 작년보다 20.6% 늘어난 43조8460억원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기업도 올해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기업들이 올해 이처럼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은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선도기업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줘야 수렁에서 벗어날 힘이 생기고 그것이 선진한국으로 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올해 기업들의 투자 계획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매출액이나 고용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투자증가율이 높아지는 투자 양극화 문제를 들 수 있다. 대기업의 투자의욕은 강한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투자의욕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면 중소기업들도 자연히 투자를 늘리는 게 그간의 상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물론 경제성장과 고용확대 효과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는 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없고 선진한국의 꿈도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의 초점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에 두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의 투자 호조세가 중소기업 및 타 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투자활성화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기업들이 아직도 정부정책에 대해 불확실성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기업들이 투자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기조 유지’를 가장 많이 꼽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업들이 불투명한 경제여건에서 공격적 투자증대 계획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과연 이들 대기업의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질지 의문스러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올해 기업 투자계획에서도 확인되듯이 기업들의 투자의욕은 높고 그러한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금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과잉시설에 대한 정리가 어느 정도 이뤄진 데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차원에서 신규투자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젠 정말 정부의 강력한 투자유인책이 절실하기만 하다. 기업들이 계획하고 있는 투자가 실제 집행될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업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정부가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회복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올해 기업들이 계획하고 있는 투자가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기업들도 계획만의 투자가 아니라 실천이 뒤따르는 투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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