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를 둘러싼 논쟁이 날로 고조돼 제2의 디지털TV전송방식 논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케이블방송업계는 ‘유료 방송시장에 대한 무임승차’라며 강력히 저지할 태세고 통신사업자들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사업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도 각각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의 테두리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의 멀티미디어정책협의회가 지난 7일 이해 당사자를 모아 ‘IPTV 규제 관련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하지만 입장 차이만을 확인했으며 본격적인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오는 25일 또다시 정책방향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
방송과 통신 사업자 간은 물론 규제기관 간 영역 다툼이 워낙 치열해 어떤 결론이 나와도 둘다 승복하기 어렵다. 자칫 디지털TV논쟁을 재연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 때문이다.
◇왜 첨예한가=케이블TV업계는 10년 간의 ‘내공’을 하루아침에 잃을까 두렵다. 통신사업자가 부가통신서비스로 IPTV를 제공하면 시장 진입은 물론 서비스 권역·내용·겸영 규제 등에서 SO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파괴력은 광대역통합망(BcN)과 연계하면 더욱 크다.
반면 SO들은 전국 77개 구역에서 20%을 초과해 겸영할 수 없으며 채널 운용과 내용도 심의받는 등 규제가 심하다. 유재홍 SO협의회장은 “그간 케이블TV 업계가 이룬 성과를 발판으로 통신사업자가 유료시장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라며, “케이블TV의 소유 규제의 틀을 일거에 흔들어 전국사업자가 등장하는 특혜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통신사업자들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진입에 문제가 없으며, 수조원을 들여 구축한 인프라에 킬러 콘텐츠를 실을 수 없는 것은 국가적인 손해라고 주장한다. IP 셋톱박스, 디지털TV 등 하드웨어는 물론 다양한 콘텐츠 활성화, FTTH(BcN) 조기 도입 등의 산업 파급효과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SO 규제 완화가 대안=두 업계의 갈등을 푸는 길은 시장을 키우거나 업계를 통합해 나눠가질 것을 많게 하는 방법. 하지만 시장 파이를 당장 예측할 수 없으며 업계 통합도 소유 제한과 역무 규정 등의 규제가 심하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렇다고 IPTV 서비스를 마냥 늦출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변동식 하나로텔레콤 상무는 “SO는 방송망으로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VoIP)를 서비스하는데 통신사업자가 IPTV를 못하게 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차라리 SO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는 게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케이블업계의 한 관계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신기술 서비스를 통신사업자라고 못 하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면서 “규제하려면 똑같이 하든지, 아니면 똑같이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규제하지 않을 것인가’로 접근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이 업계에서 점차 방송위, 정통부 등 규제기관으로 넘어가고 있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IPTV 용어 논란 `팽팽`
통신사업자들은 그동안 IPTV라는 용어의 사용을 가급적 자제해 왔다. TV라는 단어가 마치 방송법상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기존 방송사업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노파심도 작용했다.
이 때문에 ‘IP멀티캐스팅’ ‘IP미디어’라는 용어를 새롭게 들고 나왔다.
인터넷프로토콜(IP)을 기반으로 한 양방향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내세우고 있다.
이 밖에도 시청자별로 각기 프로그램이 짜여진 방송이라는 면에서 ‘인터랙티브 개인(Interactive Personal) TV’, 지금까지 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던 기능들을 TV 세트가 가지게 된다는 의미의 ‘지능형 개인(Intelligent Personal) TV’ 등 새로운 개념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사업자들의 반박 논리도 만만치 않다. 방송은 방송인데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것이니 ‘텔코TV’가 맞다는 주장이다.
결국 시청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서비스인데 사업제공 주체가 다르다는 점만 강조해 방송법 테두리에 묶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IPTV라는 용어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는 결국 통신이냐, 방송이냐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네트워크·콘텐츠 분리 정책이 정통부·방송위 영역논쟁 `해법`
시청자에게 IPTV에 대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규제 영역 법리 논쟁은 전혀 의미가 없다. 케이블망과 IP망을 거친다는 기술 차이가 있지만 방송을 보는 시청자 눈에는 똑같다. 산업적 측면도 마찬가지다. 방송위와 정통부 모두 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방송위는 통신사업자들의 방송 분야 진입을 견제해 케이블TV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 뚜렸하다.
정통부도 IPTV를 통한 관련 산업 활성화와 통신사업자 중심의 광대역통합망(BcN) 구축 사업에 케이블방송사를 배제하고 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IPTV 논쟁을 끝내려면 시청권 보호와 산업 활성화, 기존 매체와의 균형 발전을 두루 충족하기 위한 공정한 규제의 틀을 만드는게 우선이다.
결국 IPTV를 활성화해 신산업을 진작시키는 한편 케이블TV도 동반 발전시키는 게 해법이다. 그러려면 기존의 케이블TV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한편, IPTV에 대해선 통·방 융합서비스의 규제 방향을 설정하되 우선 최소한의 규제로 시작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방송과 통신으로 구분하는 전통적인 개념을 폐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방송과 통신의 영역이 붕괴된 상황에서 현행법으로는 사실상 방송과 통신 분야를 명확히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송과 통신을 하나로 묶어두고 내용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는 게 새 대안이다.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융합서비스에 대해 논리적·기술적·산업적으로 합당한 방안을 마련해 국가기구 간의 협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며, "방송과 통신으로 구분하기보다 새로운 융합법 정비를 통해 네트워크와 콘텐츠로 분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
*사진:통신서비스업체들은 IPTV를 미래형 컨버전스 사업으로 육성하려 하지만 케이블TV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주춤하고 있다. 사진은 하나로텔레콤이 지난해 9월 `부산ITU텔레콤아시아2004`에 선보인 IP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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