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NHN게임즈 음정훈(33) 개발실장은 요즘 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비슷한 심정이다. ‘아크로드’의 네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 차례나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가졌지만 이번이 더욱 떨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스템과 서비스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4차 테스트부터는 게임성이 본격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광고회사와 미국 PC업체 등 개발자로는 다소 특이한 경력을 가진 그는 3년 전 가장 성공한 상업게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기획자를 넘어 국내에는 드문 ‘게임 코디네이터’로 인정받고 싶다는 그의 꿈은 이제 나래를 펴고 있다.
# ‘광고쟁이’에서 게임개발자로
음 실장은 ‘아크로드’를 통해 게임개발자로 데뷔한다. 국내 최대 인터넷업체 NHN의 야심작의 개발 총책임자가 신출래기 개발자라는 것은 다소 의외일 수 있다.
그러나 음 실장의 이력을 찬찬히 살려보면 왜 그가 ‘아크로드’ 개발을 맡게 됐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금강기획에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게임이 아니라 광고회사에서 첫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졸업 뒤에는 아예 미국 PC업체(테크미디어컴퓨터)에 취직했다. PC업체에서 처음으로 마케팅에 대해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러나 잘 나가던 회사가 송사에 휘말리며 순식간에 부도를 맞는 불운을 겪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IMF의 혹독한 경기 한파 속에서도 다시 광고회사(LG애드)에 입사해 ‘광고쟁이’로서 재도약을 다짐했다. 마침 LG애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신규 프로젝트팀(멀티미디어팀)에 소속돼 의욕도 넘쳤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만에 그는 회사를 그만뒀다. 지금의 NHN 대표인 김범수 사장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광고가 아닌 게임으로 진로를 바꿨기 때문이다.
“제의를 받고 한 두시간 망설였어요. IMF에 잘 나가는 광고회사를 그만 둔다는 것이 고민되더라구요. 그러나 어릴적부터 너무나 사랑해온 게임의 유혹을 떨칠 수 없었어요. 유학시절에도 틈만 나면 게임에 푹 빠져 살았으니까요.”
게임 마니아였던 그는 김 사장과 우연히 술자리를 갖고 다음날 바로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았다.
“함께 일하기로 하던 날 저녁 커피숍에서 김 사장님을 만났죠. 김 사장님은 서류를 보여주며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을 직접 설명해줬어요. 그것이 바로 ‘한게임’ 프로젝트였어요.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어요. 온라인으로 고스톱을 친다는 발상은 무조건 성공할 것 같았어요.”
# 무에서 ‘아크로드’를 창조하다
그가 NHN에 입사하고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기획이었다. 처음에는 서비스 기획에서 시작해서 ‘한게임’ 유료화 기획까지 영역을 넓혀갔다.
“한게임에 부분 유료화 모델을 적용한다고 했을 때 모두 미친 짓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매출이 점점 늘어났어요.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몰라요.”
2001년 12월 말 그는 여세를 몰아 드디어 MMORPG 기획을 맡게 됐다. 초기맴버는 고작 6명이었지만 롤플레잉게임 마니아였던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기뻤다.
처음에는 시장조사부터 시작했다. 50페이지가 넘는 시장분석 자료를 만들어보기도 했다는 그는 결국 ‘아크로드’를 블록버스터 게임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리니지’ ‘뮤’ 등 한국형 MMORPG뿐 아니라 이미 출시가 예고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해외 대작과도 경쟁해야 했기 때문이다. 6명으로 출발한 개발진도 70여명 가까이 늘어났다.
“성공한 한국형 MMORPG의 장점을 계승하면서 해외 게임의 높은 완성도를 동시에 추구하자고 결론을 내렸어요. 한국형 MMORPG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문제는 해외 대작과 경쟁할 게임의 완성도였죠.”
3년전부터 해외 대작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한국형 MMORPG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1년동안 ‘아크로드’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하나의 ‘월드’에 비유되는 해외 대작과 견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탄탄한 세계관과 시나리오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크로드’가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특색이 없다고 많이 지적했어요. 당연한 지적이에요. 지금까지 ‘아크로드’만의 차별화된 시스템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4차 클베부터 달라질 거에요.”
그는 ‘아크로드’만의 특색을 탄탄한 시나리오 구조로 꼽았다. ‘WOW’와 같은 해외 게임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퀘스트와 자유로운 캐릭터의 육성시스템이 그동안 한국형 MMORPG의 허전함을 완벽하게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미묘한 차이점은 4차 클베에서 점점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3년간 거의 무에서 ‘아크로드’를 창조했다는 그는 “‘아크로드’의 목표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MMORPG”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아무리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아크로드’에서는 성공한 한국형 MMORPG와 완성도 높은 해외 대작이라는 두가지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거에요.”
NHN에서 다양한 기획업무를 맡아온 그가 게임 기획에서도 성공 사례를 추가할 것인가. 그는 ‘아크로드’가 성공하면 아직 불모지에 가까운 가상현실(VR)게임 기획에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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