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바둑은 인생이라고 한다. 한판의 바둑이 진행되는 과정이 마치 우리 인생과 아주 흡사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바둑을 함께 두어 보면 그 상대의 생각과 성품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론을 재미있게 반박한 사람이 있다.
200여 년 전 일본의 모든 사람들이 ‘싸움 13단’이라 추켜세우던 전투의 신이자 일본 바둑계의 기린아 ‘장화’에게 위험과 모험을 즐기는 제자가 한 명 있었다. 제자의 뛰어난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호전적이고 극단적인 성품을 항상 걱정하던 장화는 자신의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제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바둑은 한판을 져도 다음 판이 있다. 바둑은 한 집 차이로 지나 백 집 차이로 지나 한판일 뿐이지만 인생은 아니다. 바둑에서는 죽은 돌을 살려낼 수 있지만 꺼져가는 내 생명은 구할 수 없다. 바둑은 인생과는 다르다”라고. 바둑이 아닌 인생에서 위험한 승부는 자제하라는 얘기였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한 승부란 승산이 적은 승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졌을 때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혹은 경제적이든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피해가 따르는 승부를 말한다.
포커게임을 하다 보면 많은 하수들은 그날이 마치 지구의 마지막 날인 양 게임을 한다. 그날 잃은 돈은 무조건 그 날 찾아야 직성이 풀리는 듯 집착한다. 그러다 보니 게임이 끝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잃고 있는 사람은 자연히 무리한 플레이를 남발하게 된다.
빨리 본전을 찾고 싶어하는 조급함 때문이다. 하지만 겜블에서는 항상 잘 안될 때, 특히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더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 철칙이다. 심한 경우 7∼8시간 게임을 해서 잃은 것보다 마지막 2∼30분에 입는 피해가 훨씬 큰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 순간에는 오직 본전을 찾는다는 생각만 있을 뿐 자신이 얼마나 무리를 하고 있는지, 얼마나 큰 돈을 버리다시피 하고 있는지 감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5판, 마지막 한 턴 등이 되면 거의 인사불성이 돼 버린다.
이처럼 하수들은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면 무리한 승부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거의 버리다시피 건다. 즉, 하수일수록 마지막이 되면 말도 안 되는 위험한 승부를 스스로 자초하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오늘만 있을 뿐 내일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바로 장화가 얘기하는 위험한 승부를 일삼는 사람들이다.
포커에서는 바둑과 달리 한 집을 지는 것과 백 집을 지는 것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몇 분 있다가 게임이 끝나면 돈을 잃었다는 감각이 현실로 돌아와 “차비 좀 달라”며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
고수들은 아무리 잃고 있는 상황일지라도 마지막 판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사실은 어느 포커판에서든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천하에 없는 고수라 해도 100전 100승을 할 수 없는 것이 포커게임이다. 하물며 평범한 아마추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왜 하수들은 ‘오늘 안되면 다음날 찾으면 된다’는 유연한 사고를 갖지 못하는 것일까.
어찌 생각하면 그것은 아주 간단한 마음가짐 같지만 실제로는 쉽게 컨트롤하지 못하는 미묘한 부분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가짐을 스스로 갖출 수 있어야 어떤 종류의 겜블에서든 남보다 앞설 수 있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이 겜블에서 이기기 위한 그 어떤 기술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하수들은 깨달아야 한다.
<펀넷고문 leepro@7pok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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