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예산의 66.7%를 상반기에 모두 풀어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로 했다고 한다. 올해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 살리기’고 재정 외에 경기를 활성화할 만한 뾰족한 대응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일자리 창출 예산의 67.3%와 IT 분야 예산의 77.7%를 상반기에 투입하기로 한 것은 거의 올인에 가까운 것으로, 시급성도 있지만 고용창출을 통해 소득 수준을 높이고 이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선순환적인 방안으로 여겨져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 정부가 정책수단의 초점을 고용창출과 경기회복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사실 재정의 조기집행은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을 때 정부가 경기조절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해왔던 방법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재정 집행비율 66.7%는 2001년 41.4%, 2002년 47.2%, 2003년 53%, 지난해 54.8%에 비하면 매우 높다. 지금의 경기급랭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재정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정부의 타는 속내를 엿볼 수 있다.
현재 우리 경제를 보면 앞이 캄캄하다. 설비투자는 2년째 제자리 걸음이고 소비는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와 소비가 가라앉은 내수는 바닥에서 헤어날 줄 모르고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둔화 추세를 보여 장기 불황의 우려마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예산을 과감히 조기집행해서라도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데 반대만 할 수는 없다. 특히 ‘IT뉴딜’ 등 종합투자계획이 본격화하는 하반기 이전에 경기의 급격한 둔화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떠한 처방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정책만으로 경기가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또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우선 챙기다 보면 일시적인 경기부양에 그치거나 자칫 비효율적인 사업에 재원이 투입되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오히려 민간의 투자 기회를 잠식해 경제체질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기회복을 위해 가장 강조되어야 할 것은 역시 민간기업의 투자 촉진이다.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도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은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경기가 근본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 기업 투자 마인드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나 투자환경 개선 등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던 반기업 정서를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만 왕성한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고 투자가 활력을 찾아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다.
고용창출도 기업의 활력 회복을 통해 이루어져야지 작년처럼 공공 부문에 세금을 쏟아부어 임시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친다면 분명히 한계가 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산증대로 연결되지 않는 한 경제성장과 국민생활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방안으로 상반기에 추진하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 구축, 교통·물류시스템 개선, 행정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IT분야 사업도 생산증대와 연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기 살리기는 국민과 기업의 마음을 잡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민간 경제 주체들에게 투자하고 소비하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는 정책 마련과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는 누구나 앞날을 불안해하며 지갑을 닫고 투자를 꺼리는 마당에 재정확대도 공허하게 들릴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책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경제 주체들에게 납득시킨다면 투자와 소비는 순식간에 살아날 것이다. 그러면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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