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전기세계` 저작권 소송은 어쩌나

중국 샨다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함에 따라 위메이드가 주도해온 샨다의 저작권 침해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10월 샨다가 개발한 ‘전기세계’가 ‘미르의 전설2’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중국 북경인민법원에 소송을 제기, 조만간 1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 파트너인 액토즈가 ‘적’과 하나가 돼 버림으로써 위메이드가 외로운 투쟁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회의론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위메이드의 지분 40%를 소유한 액토즈가 샨다에 넘어가면서 지금까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운 위메이드가 다소 조심스러운 행보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액토즈 인수로 다소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 샨다로서는 1차공판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와도 항소를 통해 최대한 소송을 지리하게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위메이드가 이제 샨다와 합의를 통해 소송을 취하하는 등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무게를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샨다 탕쥔회장이 액토즈 인수 사실을 발표하기전 위메이드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 점을 들어 이미 이면합의를 하지 않았느냐하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기세계’ 소송을 취하할 경우 한국게임 무단복제를 묵인한 전례가 되는 만큼 위메이드로서도 쉽게 합의를 해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위메이드가 샨다와 저작권 분쟁을 합의하면 액토즈가 샨다에 넘어간 것 만큼이나 대중국 비즈니스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듯 위메이드 박상열 대표는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이면합의를 한 것도 없다”며 “당분간 소송은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액토즈가 넘어가면서 샨다와의 법정공방 결과가 다소 불리해진데다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져 언제까지 소송문제에 매달려야 할 지 모르겠다”며 “회사와 한국 게임산업의 이익을 위한 최선책 마련을 위해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실리와 명분이 갖춰지면 합의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샨다가 액토즈를 인수하면서 기술유출은 물론 중국 온라인게임시장의 헤게모니 마저 빼앗긴 상태”라며 “마지막 보루인 위메이드의 저작권 소송마저 취하된다면 한국 게임업체들은 이제 무장해제된 상황에서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게 될 전망”이라고 꼬집었다.

딜레마에 빠진 위메이드와 샨다의 법정다툼은 자칫 잘못하면 ‘제2의 액토즈 매각사태’로 기록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샨다, 액토즈 인수 내막

샨다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까닭에는 여러가지 포석이 깔려있다.

무엇보다 나스닥까지 진출한 마당에 중국시장에서 최고의 인기와 매출을 구가하는 킬러 콘텐츠 ‘미르의 전설2’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첫번째 과제로 꼽히고 있다.

액토즈는 ‘미르의 전설2’뿐 아니라 ‘미르의 전설3’, 그리고 향후 개발될 ‘미르의 전설’ 시리즈를 위메이드와 공동 소유하게 돼 있기 때문에 액토즈를 인수하는 것은 그 만큼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또 액토즈 인수를 통해 ‘전기세계’ 저작권 분쟁 등 위메이드와 걸린 크고 작은 소송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샨다가 액토즈 지분을 코스닥 시장가격보다 2배 가까이 높게 책정해 인수한데에는 이 외에도 다른 이유들이 있다.

첫번째는 샨다는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액토즈가 한국이나 해외 대기업에 넘어가는 것을 가장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힘을 얻고 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SK그룹이나 미국 굴지의 대기업이 액토즈를 인수한 뒤 샨다를 압박한다면 지금까지 액토즈와 위메이드를 상대했던 상황보다는 훨씬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것.

또 EA 등 세계적인 게임업체들이 중국 라이벌업체와 손잡고 중국 온라인게임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마당에 시장수성이 지상과제로 떠오른 것도 액토즈 인수를 서두른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르의 전설3’를 중국에서 서비스하며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광통이 EA와 손잡고 온라인게임 포털을 만들기로 하면서 샨다는 적지 않은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중견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리면서 경쟁력있는 한국 게임의 강력한 퍼블리싱 채널을 얻는 효과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액토즈가 지분매각 사실을 밝히고 “한국 온라인게임의 중국 진출을 적극 돕겠다”

고 밝힌 대목에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결국 샨다는 액토즈를 인수함으로써 중국 온라인게임시장의 절대강자로서 든든한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나스닥 상장으로 2조원 가까운 총알을 마련한 샨다로서는 1000억원의 ‘껌 값’으로 그야말로 최상의 비즈니스를, 캐시아웃에 목말라 하던 액토즈 경영진은 한국 게임산업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작성한 셈이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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