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칼럼]내 삶의 비타민

얼마전 모 온라인 경제매거진에서 주식 보유자산을 기초로 ‘2004년 한국의 여성부호 30인’을 선정해 발표했다. 국내 유력 대기업의 후계자 분들이 물론 상위권을 휩쓸었다. 각 언론들은 앞퉈어 이 자료를 기초로 많은 기사들을 썼다. 여성부호들의 보유주식 가치 변동에 따라 순위가 오르고 내리고 한 내용들이었다.

발표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여성부호 30위라는 순위 속에 재산을 상속받지 않고 자수성가한 사람은 필자가 유일했다. 단순히 지난해보다 보유주식 가치가 하락해 순위가 내려갔다는 것은 내게 중요치 않았다. 주식이란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으니까. 내게 중요했던 것은 한국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순위권 내에 자리잡았다는 사실이다. 흔히 사람들이 성공했다라고 하는 이런 위치까지 올 수 있게 해준 힘은 무엇이었을까.

미국 뉴욕에서 6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아무것도 손에 쥔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 막연한 불안감, 지난 6년간 공들여 온 꿈들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 하는 막막함…. 그런 생각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채 착륙을 기다리던 바로 그때, 머릿속은 한 가지 생각 위로 가서 내려앉았다. ‘한 달에 1000만원씩 벌면 좋겠다’라고….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어디에 숨었다가 불쑥 튀어나온 생각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불현듯 혼자 그렇게 되뇌었다. 한 달에 1000만원씩 벌면 좋겠다고. 아마도 덤비고 뛰어들어야 할 세상이 눈앞에 보인 탓이 아니었을까.

그 때 내게 1000만원이라는 돈은 말 그대로 하나의 숫자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겨우 목표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직 사회를 겪어보지도 못한, 나이만 찼을 뿐 영 덜 익은 풋내기에게 1000만원이란 너무도 어마어마한 목표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 보면, 신문의 경제란을 장식할 만큼 돈 잘 버는 여자로 꼽히게 된 이면에는 한 달에 1000만원씩 벌면 좋겠다던 그날의 다짐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1000만원이라는 숫자는 내게 세상을 익히고 적응할 수 있게 해 준 가장 현실적인 가치의 도구가 된 셈이다.

교과서 속에나 등장할 법한 군내 나는 말이지만, ‘간절히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필자는 믿는다. 그것이 터무니없다고 여겨질 만큼 비현실적인 꿈이라고 해도 좋다. 당시의 내게는 한 달에 1000만원이라는 돈이 결코 만만하지 않은 꿈이었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는 늘 같은 말을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으니까. ‘한 달에 1000만원씩 벌면 좋겠다’가 아닌 ‘한 달에 1000만원씩 벌 수 있다’라는 최면처럼 말이다. 그러자 나의 그런 주문은 마치 비타민처럼 나를 생기 있게 만들어 주었다. 왜 그런지 머지않아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것 같은, 오고야 말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꿈’은 사람을 꿈꾸게 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나의 성공에 대한 열쇠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그렇게 말해 줄 작정이다. 꿈을 키우라고, 희망을 놓지 말라고, 그리고 세상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인생의 목표 위에 세우라고. 나를 선택하고, 내가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하는 것만이 진짜 성공하는 법이다.

<이젠 사장 saralee@e-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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