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환의 드랍십]슬럼프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슬럼프를 피할수 있을까 보다는 막상 슬럼프가 닥쳤을때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 프로게이머가 아닌 운동선수들에게도 슬럼프는 있다. 100년 넘게 지속돼온 종목에서도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안은 딱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코칭스텝에서 이것저것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방법을 찾기도 하지만 일단 슬럼프에 빠지면 극복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이전에도 이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잠깐의 언급이었지만 요즘에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 외에 나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동료 프로게이머 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 있는 여러 선수들, 그 선수들을 바라보며 커가는 연습생들…. 여러선수들을 돌아봤을때 이처럼 슬럼프에 허우적대며 자신을 주체못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몇자 적어보려 한다.

크게 되는 선수들이나 유명한 선수들을 보면 슬럼프는 항상 닥쳤던 시련이기도 하다. 슬럼프에 빠진것 자체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걸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진짜 슬럼프는 마음으로 부터 온다. 내가 혹시 슬럼프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부터 마음은 조급해질 것이다. 조급해지다 보면 자신감도 점점 잃어버리고 일상 생활에까지 지장을 받게 되며 인간관계마저도 위험해질 수 있다. 입바른 말로 마음을 비우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심적 부담을 불러와 자칫하면 더 큰 슬럼프에 빠지게 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슬럼프라는 것 자체가 영원히 지속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곧 지나가겠지’, ‘언젠간 끝나겠지’ 하는 여유를 가지는 게 최우선이다. 정말 어려운 말이지만 슬럼프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맞부딪히려 하지 말고 스쳐 지나가게 하는 느긋한 자세를 갖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 자극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발견하게 된다. ‘난 슬럼프가 아냐’, ‘그럴리 없어’ 하는 생각보다 스스로 인정하고 자신을 믿는 것만이 최고의 대비책이다.

또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상황을 얘기할수 있는 상담상대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화야 말로 문제해결의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평소에 한가지는 취미생활을 갖는 것도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도움이 많이 된다. 내 경우엔 연습이 안될때는 여유롭게 영화 서너편을 이어 보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없었던 여유도 다시 생긴다. 화려하고 크지 않아도 좋다. 자기가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한가지라도 있다면 그것이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방법들도 자기 자신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단 한순간도 버틸수 없을 때까지 포기 하지 않는 그런 의지야 말로 처음부터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예방주사’ 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프로게이머 deresa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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