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포커살롱]"포커는 인내의 게임"

역사상 중국대륙을 가장 먼저 통일한 진시황. 그 막강했던 진나라는 건국한 지 20년이 안되 망했다.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진시황의 폭정과 너무나 무능했던 2대 황제(진시황의 둘째 아들), 그리고 천하의 간신 조고, 이 세 사람에 의해 진나라라는 공룡이 20년도 채 넘기지 못하고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진나라를 멸망시킨 사람이 초패왕 항우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진나라 3대 황제에게 항복을 받아내고 실제로 진나라를 먼저 멸망시킨 인물이 유방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유방은 자신의 힘으로 진나라를 무너트렸건만 왜 항우에게 모든 공로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만 것일까. 바로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즉, 당시 항우와 결전을 벌인다면 승산이 희박함을 알고 있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항우에게 모든 것을 넘겼으며 또한 많은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유방은 자신의 힘이 부족하고, 자신의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기다렸던 것이다. 유방의 인내력이 너무나 돋보이는 부분이다. 유방은 많은 수모와 패배를 당했지만 결국 최후의 한방으로 항우를 무너트린 후 한고조가 돼 한나라 400년 역사의 새장을 열었다.

인내는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라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포커게임에서도 승패를 가름하는 결정적 변수가 다름 아닌 인내다.

일화 한가지.

유명 영화감독 K씨는 필자와 절친한 친구이며, 필자의 포커인생에서 최초의 스폰서였던 인물이다. K씨의 포커실력은 아마추어로서는 꽤 괜찮은 편이었지만 일류들하고 대적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루는 K씨가 자신보다 훨씬 실력이 좋은 멤버들과 게임을 하게 됐다. 필자는 K씨에게 승산이 없으니 하지 말라고 말렸다. 그러나 K씨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게임을 했다. 필자는 “절대 무리하지 말고 최대한 타이트한 운영을 하라”고 말했고 K씨는 필자의 충고를 받아들여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러기를 2시간여.

K씨는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자 같이 게임을 하는 멤버들이 서서히 K씨에게 잽을 날리기 시작했다. K씨가 너무 타이트한 운영을 해서 게임이 짜증이 난다는 식으로 K씨의 타이트한 운영을 물고 늘어졌다. 즉, 게임 중에 말로서 K씨의 신경을 건드리며 심기를 흩트리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K씨는 게임 시작 전에 필자로부터 이런 상황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기에 상대의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유지했다. 그러자 상대들의 야유와 투덜거림은 더욱 원색적이고 노골적으로 변해갔으며, 시간이 더 지나자 K씨의 감정이 폭발해 게임을 망치고 말았다. 결국 상대들의 신경전에 K씨가 걸려든 것이다.

물론 K씨의 타이트한 운영에 트집을 잡는 상대들의 행위는 나쁜 매너이다. 하지만 매너는 매너일 뿐, 그것 때문에 자신의 페이스가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바꿔 말하면 K씨의 인내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포커게임에서 이러한 인내력이 승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변수로서 작용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포커게임에서는 인내도 실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포커게임에서 인내란 앞서 말한 상황과 같은 것 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 무리한 욕심을 버리고 참을 수 있는 인내, 한 장 더 받아보고 싶은 마음을 버릴 줄 아는 인내, 잃었을 때 더하고픈 마음을 자제하는 인내 등등 너무도 많은 종류의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포커를 인내의 게임이라고 하는 것이다.

<펀넷고문 leepro@7po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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