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년 게이머의 편안한 쉼터.’ 온라인 골프게임 팡야 길드 ‘팡야 3040’을 한마디로 소개하면 그렇다.
‘팡야 3040’은 이름 그대로 30대와 40대만이 가입할 수 있는 길드다. 그럼 20대는 절대 안 되느냐? 꼭 그렇지는 않다. 29세가 되면 원할 경우 일단 준회원으로 입회할 수 있다. 결혼한 여자는 또 다른 예외다. 남편과 함께 가입해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유부녀는 25세부터 가입 가능하다. 현재 4500명의 회원을 보유해 팡야 길드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이중 부부 회원도 상당수다. 최근에는 영화배우 김선아가 게임방송에 출연, 팡야 팬으로 알려지면서 회원수가 크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인원이 많다 보니 5개 구단으로 나뉘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활동한다. 각각 구단주라는 이름의 마스터 관리 아래 소규모 모임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서울은 물론 지방 각지에 회원이 없는 곳이 없다. 최근 일산에서 첫 전체 모임을 가졌을 때는 참석한 인원만 100여명이다.
팡야 3040의 가장 큰 특징은 이웃사촌 같은 끈끈한 분위기. 오랜 사회생활 경험에 음주문화에도 익숙한 30∼40대이다보니 번개나 정모를 통해 처음 만난 사이라도 소주 한잔 걸치고 나면 바로 형님동생이다.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난다 싶으면 삼촌이라 부른다. 만나면 팡야 얘기로 시작해서 팡야 얘기로 끝나는 것이 또 다른 모임의 특징이란다.
40대 후반 큰형님이 ‘야! 왜 나는 토마호크샷이 안될까?’하면 ‘아따, 나이를 생각하셔야죠!’로 농이 이어지고 금세 유쾌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40대 회원 중에는 실제 골프를 즐기는 회원이 여럿 된다. 이들의 경험과 얘기는 다른 회원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골프 실력에 자신감도 안겨 준다. 한 회원은 “돈 한푼 없이도 전국 여행이 가능한 모임이 바로 우리 길드다”라며 많은 회원수와 더불어 끈끈한 친목을 과시했다.
중소 제조업을 운영하는 모 길드원의 경우 온라인 상에서 팡야를 즐기다 공장에 불이 난 것도 몰랐다는 에피소드까지 있다. 지난번 ‘WCG2004 한국대표 선발전’ 때는 대구 지역 길드원이 응원차 몰려가 대표선수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통에 결국 4강 밖에 못 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한편에서는 30대가 아닌 40대 선수를 대표로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현재 팡야3040의 목표는 더욱 내실 있는 길드를 만드는 것이다. 운영 6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과도기이고 운영이나 활동에서 체계가 잡히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3040’이라는 고유 특성을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유대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팡야3040 전체 길드원의 바람이자 목표다.김호(49)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동생들을 많이 만들 수 있어 좋다. 물론 형제처럼 지내는 것은 형님 동생하며 서로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서로 존중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장용진(42) 언제까지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함께 모이는 길드원의 좋은 점만 보인다. 그래서 즐겁다.
이광희(41) 요즘 30∼40대가 가입하는 길드가 거의 없다. 그래서 더욱 친근감이 든다. 한번이라도 더 참여하고 한명이라도 더 모르는 사람과 알게 됐으면 좋겠다.
김우영(41) 모두 매너가 있다. 좋은 사람이 많이 들어온다. 게시판에서 싸움하는 일도 없고. 예의가 있고 무난하게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맘에 든다.
이명식(39) 게임이 좋아서 즐기려 모이는 것이다. 또 팡야만 많이 한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이 좋은 매너로 모여 어울린다. 60대 이후까지 죽 이어졌으면 한다.
명정규(36) 초기에 비해 요즘에는 장비나 아이템이 실력을 너무 크게 좌지우지한다. 퍼블리셔가 너무 장사 속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 게이머를 생각해야 하지 않나.
이민영(35) 모르는 사람을 만나 친해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곳은 아니다. 비슷한 나이도 맘에 들고 만나 얘기하는 것도 재미있다.
안희준(32) 우리가 새로운 게임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나이 많이 먹어도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길드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홍성기(29) 30세 이상의 형님들을 많이 만나 친해지니 기분 좋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가 힘든 나이인데 여기서는 가능하다. 팡야는 나이를 많이 먹어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김정근(29) 나이를 넘어 공통된 얘깃거리가 있고 이것을 가지고 서로 얘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이것이 팡야 3040의 장점이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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