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영화 등 동영상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PC에서 그래픽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PC사양 못지않게 그래픽 카드의 성능도 진보를 거듭하는 상황이다. 10년 전 초기 VGA카드는 256kB(0.25MB)의 메모리를 탑재하고 640×480 해상도에 16색 지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어 슈퍼VGA(512kB 탑재 800×600·256컬러), 메가VGA(1MB탑재 1024×768·256컬러)까지 발전했고 당시 1MB의 그래픽 메모리를 탑재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때가 있었다. 이 후 그래픽카드의 기술은 날로 진보, 지금은 메모리 128MB에, 코어클럭 250MHz의 3D를 구현하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다.
그래픽 카드 성능이 높아지면서 주변기기의 성능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전원공급장치의 경우 과거에는 단순히 전체 출력만을 보고 구입하던 소비자가 이제는 그래픽카드를 지원할 수 있는 ‘12V’의 출력을 요구함에 따라 생산업체는 이를 위해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또 그래픽 카드의 칩세트인 GPU가 과거와는 다른 높은 성능으로 많은 열을 발산하자 이를 보호하는 쿨링시스템의 기술도 나날히 높아가는 상황이다. 실제 과거 방열판 만으로 해결되는 열 문제가 이제는 CPU와 같은 쿨러 기술이 필수적인 요소로 떠올랐다.
PC시장이 점점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그래픽 카드 시장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그래픽 카드의 성능은 이제 일반인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면서, 굳이 일정 시간이 지나서 그래픽 카드를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품도 중간 가격 대가 사라지고 고급형과 보급형 시장으로 양분되는 추세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여기에 적극적으로 따라가기 보다는 ‘이 정도면 됐다’는 의식으로 자신 만의 맵을 통해 구매에 나서는 수요자가 크게 늘고 있다. 물론 기술 발전에 민감한 얼리어답터나 업무상 고해상도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전문가는 여전히 고급 사양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래픽 카드의 업그레이드 수요는 대부분 PC방을 위주로 일어나고 있다. 인기있는 유료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면서 그 수요가 PC방으로 이동했기 때문. 리니지나 RF온라인 등 게임 대작은 그래픽 카드 수요를 일으키는 호재다. 최근에는 5년 간의 준비를 거친 ‘둠 3’가 출시돼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한 그래픽 카드 수요도 크게 늘 전망이다.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또 다른 화두는 바로 ‘PCI익스프레스’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다. 이를 이용하면 연결 케이블 등 그래픽카드 외형 변화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AGP 8배속 시절 누리지 못했던 속도가 PCI에서는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AGP와 PCI익스프레스의 시장 점유율은 8 대 2 정도로 AGP가 월등한 상황이다. 아직은 PCI익스프레스를 지원하는 메인 보드도 드물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고가이어서 소비자가 구입을 꺼려 하기 때문. 하지만 인텔이 내년쯤 모든 인터페이스를 PCI익스프레스로 교체할 예정이어서 조만간 시장 변화가 예상된다.
시장의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세계적인 그래픽 칩세트업체인 엔비디아와 ATI의 경쟁은 이와 비례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엔비디아는 2D에, ATI는 3D에 강세를 보이는 등 서로 장단점을 내세워 점유율 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그래픽 카드의 인터페이스가 AGP에서 PCI익스프레스 방식으로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또 한번의 결전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두 회사는 PCI익스프레스 시장, 그래픽카드의 새로운 영역인 핸드헬드 시장 등을 전략 분야로 정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특히 휴대폰·PDA 등 핸드헬드 시장은 어느 정도 정체된 PC 시장을 뛰어넘을 만한 새로운 분야로 주목되고 있다.
국내 그래픽카드 업체도 PC시장의 부침과 맞물려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다.
한 때 20여 개 제조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도산하거나 생산을 포기한 상황이다. 국내 기반의 제조업체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시그마컴·인사이드TNC 등 단 두 곳 뿐이다. 대만산과 중국산의 가격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대만산 제품은 우수한 보드 제조 능력을 이용해 국내업체를 압박했고 중국 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이용해 국내 생산 업체를 밀어냈다. 하지만 비록 제조 기반은 중국과 대만에 뺏겼지만 유통 중심으로 조직과 사업을 새로 정비하고 시장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 이제는 PCI익스프레스다.
새 기술이 나오면 과거의 기술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픽 카드 시장도 그렇다. 지난해까지 AGP 그래픽 카드가 대세를 이뤘다면 올해 들어서는 PCI 익스프레스 기반 그래픽 카드가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그래픽카드 인터페이스는 PCI에서 AGP로 다시 PCI익스프레스로 진화중이다. AGP도 출시 초기에는 PCI에 비해 성능 향상 폭이 크지 못했다. 하지만 AGP 4배속으로, 다시 8배속으로 인터페이스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류를 형성했다. PCI익스프레스도 차기 운용 체계로 여겨지는 ‘MS롱혼’ 출시와 더불어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PCI익스프레스’는 이미 대세라는 분위기다. 한석호 엔비디아코리아 사장은 “지금은 AGP기반 그래픽카드가 대세지만 조만간 PCI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운용체계와 메인보드가 속속 출시되고 있어 내년 정도면 PCI 익스프레스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PCI 익스프레스는 차세대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대역폭과 기능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PCI익스프레스는 이를 필요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대역폭을 안정적으로 제공해 CPU와 GPU 간의 대역폭을 크게 높여 준다. 따라서 사용자는 과거 AGP 시절 느끼지 못했던 코어에서 영화 수준의 그래픽과 함께 멀티미디어를 체험할 수 있다.
이미 그래픽 카드 업체는 속속 PCI익스프레스 기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일단 엔비디아와 ATI는 ‘지포스PCX5750’과 ‘라데온X300’이라는 이름으로 PCI익스프레스 기반 칩세트를 출시했다. 아직 시장 점유율에서 AGP가 우위에 있지만 PCI가 차세대 기술이므로 그래픽카드업체도 AGP보다는 PCI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엔비디아 ‘지포스PCX5900’ 칩세트를 장착한 제품은 제이씨현을 비롯해 엘사코리아·리더스에서 출시됐고 같은 PCI익스프레스 기반 ATi ‘X600XT/Pro’ 칩세트를 내장한 그래픽카드도 시그마컴· MSI코리아·앱솔루트코리아 등에서 판매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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