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시대다](3)걸림돌을 제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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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속 인터넷 같은 선행 인프라 구축은 뒤졌지만 콘텐츠 시장에서는 결국 일본이 앞서 나갈 것이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한국은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프라 구축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최근 콘텐츠 사업을 본격화한 일본의 한 대기업 관계자가 했다는 말이다. 굉장히 ‘기분 나쁘지만’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세계 어느 곳을 둘러봐도 우리나라처럼 디지털콘텐츠 발전 기반이 잘 갖춰진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76%라는 경이로운 가구당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3000만명의 인터넷 이용자 수, MP3플레이어 등 어디서나 디지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수많은 휴대형 기기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다. 가장 먼저 온라인 음악서비스 모델을 만들었으면서도 아직까지 ‘대박’을 터뜨린 업체는 없다. 대박은 커녕 고사 직전이다. 이는 우리나라 인터넷 발전과정이 네티즌들의 권리 보호 위주로 흘러왔기 때문이다. ‘인터넷=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P2P나 웹스토리지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공짜로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긴 힘들다.

 우리나라가 ‘네티즌의 즐길 권리 보장’과 ‘콘텐츠 제공자의 권리 보호’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사이에 미국에서는 애플의 온라인 음악서비스 ‘아이튠스’가 개시 15개월 만에 1억곡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물론 국내에서도 싸이월드가 아바타와 배경음악 등 콘텐츠 판매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단지 돈을 내지 않고는 자신의 공간을 꾸밀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앞설뿐, 콘텐츠 제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는 통제가 용이한 무선망의 특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휴대폰이 PC와 직접 연결되는 환경이 되자 돈을 내고 벨소리나 동영상을 받는 이는 ‘바보’ 취급을 받고 있다. 이쯤 되면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암울하다. ‘콘텐츠≠공짜’라는 계몽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적절한 콘텐츠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콘텐츠 산업 육성에 수천억원을 투입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콘텐츠 보호법 조항을 하나 더 만드는 게 낫다는 얘기다.

 P2P상 영상물 공유자에 대한 대규모 법적고발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애매한 법은 콘텐츠 제작자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준다. 지금도 많은 네티즌들이 ‘설마’하는 마음으로 공짜 콘텐츠를 찾아다니고 있다.

 미국 하원은 최근 P2P 상에서 불법 파일을 1000건 이상 공유하면 최고 3년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싱가포르도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불법 다운로드받으면 6개월 징역형과 최고 2만 싱가포르 달러(약 144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저작권법을 마련했다. 다행히 18년 만에 이뤄지는 우리나라 저작권법 개정도 ‘디지털 시대 저작권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보호’에 중점을 두되 ‘권리자의 권리 남용’을 막는 방안도 마련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물론 돈 내기 아까운 콘텐츠도 많다. 하지만 일단 돈을 내고 사는 분위기를 만든 후에 무능한 콘텐츠 업자들을 비난해야 한다.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만 좋은 콘텐츠가 계속 나올 수 있다.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있다.’ 러시아 속담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