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해 정부의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액이 300억원 이상 늘어나고 단계별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FTA는 칠레에 이어 멕시코와 협상이 진행중이고 머지않아 일본과도 체결될 전망이다. 일본과 FTA가 체결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부품·소재분야다. 우리나라 전자제품 수출규모가 커질수록 일본에서의 부품·소재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일본 수입 중 부품·소재 비중은 60% 안팎이다. 또 부품·소재 수입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28% 내외로 부품·소재산업은 대일 의존도가 타 산업에 비해 큰 부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품·소재의 국산화 및 투자와 관련해 전폭적인 지원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간 부품소재 무역역조 심화=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일본 부품·소재수출은 77억달러였다. 반면 수입은 216억달러로 139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일본 무역 적자가 190억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전체 대일본 무역적자 중 부품·소재가 73.15%나 차지했다. 지난 99년 83억달러였던 부품·소재 무역적자가 4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190억달러에 이르렀다.
부품의 국산화만 이루어진다면 대일 무역역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간파하고 올해 기술개발에만 지난해보다 18.3% 늘어난 정부출연금 1328억원을 지원했다.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산업기반 조성에도 1350억원을 융자했다.
그러나 아직 역부족이다. 특히 FTA가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무역적자는 FTA 체결 이후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품·소재는 산업의 기반기술로서 개발기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소요자금도 타 산업에 비해 크다. 따라서 금전적 지원만으로는 FTA 상황아래서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힘들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 대책은=정부는 기술 자립을 위해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기술축적, 일정한 내수시장 확보, 수요기업 간 연계체제 구축을 통해 국산화를 이뤄나간다는 전략이다. 알려진 바로는 크게 4단계로 구분해 지원할 방침이다. 먼저 1단계는 국산화를 통해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수입대체형, 2단계는 이미 기반기술이 있어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면 수출까지 가능한 수출촉진형이다. 1, 2단계는 R&D형으로 산업자원부가 적극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3단계는 자체기술 개발은 어렵지만 수요기업이 국내업체나 지리적 이점 있는 인근국가 수출이 가능한 형으로 국내에 공장을 유치하는 투자유치형이다. 4단계는 이도저고 안되는 기술부문으로 M&A, 로열티 지급 등을 통해 기술을 도입하는 형이다. 정부는 부품·소재산업을 이처럼 4단계로 나눠 지원하되 단계별로 차등을 두어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예산은 올해보다 약 300억원 늘어난 1600억원을 책정할 예정이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단계가 아니지만 곧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단계별로 나눠 지원하되 철저한 시장분석과 수출입 통계를 근거로 삼기 위해 우선 조사작업부터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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