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한국유니시스에 새로운 인물이 영입됐다. 삼성SDS·한국소프트창업자문을 거쳐 유니텔(현 삼성네트웍스) 대표를 지낸 강세호 사장이 한국유니시스를 이끌 새 대표로 취임한 것이다. 국내 IT업계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그의 취임은 한국유니시스의 앞날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유니시스는 서비스 부문의 매출이 하드웨어 매출을 앞지르고 있던 상황이고 보면 서비스 기업인 유니텔 대표를 지낸 그가 새 사령탑을 맡기에는 가장 적격이지 않았을까.
강 사장은 취임 초기 “세계 유수 IT기업들이 컨설팅 및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은 이미 트렌드로 자리잡힌지 오래”라며 서비스 기업으로의 방향 선회를 주창했다. 매출은 매출대로 외형을 유지하면서 체질을 컨설팅 및 서비스 기업으로 바꾸어 놓기란 차라리 하나의 모험이었다.
이때부터 한국유니시스는 발빠르게 변신하기 시작했다. 강 사장 취임 후 진행된 변화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새로운 기업 문화 형성을 위해 시작한 ‘업라이트 유니시스’ 캠페인. 이는 기업 내부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향상과 임직원 간 신뢰 강화를 기반으로 국내 IT시장에서 유니시스가 보유하고 있는 서비스 능력을 전반적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고, 해당 분야 비즈니스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과거 유니시스의 명성을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내 각 사업부로부터 서로 다른 업무 경험을 갖고 있는 직원을 대표로 선발, ‘업팀(Up Team)’이라 명명하고 직원들을 대표하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업라이트 유니시스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게 하고 있다.
이들 업팀의 활동을 통해 지난 1년간 한국유니시스는 고객 서비스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전화예절 캠페인’, 불필요한 회의 소집이나 시간을 지키지 않아 허비되는 업무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즐거운 회의문화 정착 캠페인’, 인트라넷 사이트 오픈, 등반대회 등을 통해 직원들의 일체감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즈니스 패턴 변화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국유니시스는 ES7000으로 대표되는 하이엔드 IA서버 비즈니스의 안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통합 IT서비스 전략인 ‘3D VE(Visible Enterprise)’를 착실히 수행, 서비스 비즈니스로의 체질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3D VE는 지난해 유니시스 본사 차원에서 기업의 비즈니스 비전에서부터 IT인프라까지 전 분야를 포괄하는 IT서비스 통합모델로,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 전략 변화에 맞게 IT환경을 최적화해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국유니시스는 이러한 본사의 3D VE 개념을 국내시장에서 EA, ITA와 관련된 분야에 접목시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공공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또 내년 상반기 경에는 글로벌 비저블 커머스(GVC)라는 새로운 개념의 물류 운송 시스템을 국내에 소개할 계획이다.
기업경영 측면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다국적기업으로서의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회계 및 계약, 조달 부분에서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졌으며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새로운 인재의 채용과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에 많은 부분을 할당했다. 특히 서비스 전문인력의 확보를 위해 우수인력을 채용하는 한편, 전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3D VE 경험적 워크숍’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지난 3월부터 개설, 운영해 오고 있다. 이미 40여명의 직원이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비즈니스 현장에 투입됐다.
한국유니시스는 메인프레임과 ES7000으로 특화되는 하드웨어 비즈니스와 메니지드 서비스 및 ITO/BPO 등 아웃소싱으로 구분되는 인프라 비즈니스, 그리고 금융·항공운송·공공·커머셜 산업에서의 서비스 분야, 마지막으로 3D VE를 기반으로 한 컨설팅 분야 등 4 계층을 연계하는 통합 IT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개발함으로써 고객 제안형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강 사장은 이러한 일련의 노력을 통해 향후 한국유니시스의 업무효율을 증진시키고, 유니시스만의 특화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매출 성장과 서비스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박영하기자@전자신문, yhpark@etnews.co.kr
*이끄는 사람들
지난해 한국유니시스는 서비스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풍부한 컨설팅 경험을 가진 임원들을 외부로부터 적극 영입하는 한편, 전통적인 서버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경험 많은 내부 임원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해 새 진용을 갖췄다.
지난 4월 입사해 현재 한국유니시스의 공공 서비스 비즈니스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김형균 상무(44)는 컨설팅 비즈니스 부문에서만 15년 이상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컨설턴트 출신. LG이노텍 연구소, 삼성SDS 컨설턴트, 소빅컨설팅 부사장, 한국IT감리 컨설팅 책임연구원 등을 거치면서 축적한 공공부문 컨설팅 서비스 영업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EA·ITA관련 컨설팅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다.
경기석 상무(46)는 20년간 유니시스에서 근무해온 임원으로, 현재 한국유니시스 영업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인 시스템 사업부를 맡고 있다. 지난 1982년 입사한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시스템 사업부 총괄본부장을 맡아 하이엔드 메인프레임 서버와 IA서버 시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입사한 조성욱 상무(45)는 한국유니시스의 인프라스트럭처 비즈니스를 더욱 확대해 아웃소싱·매니지드 서비스·보안서비스 영역 등으로 진출하기 위해 글로벌 인프라 서비스 사업본부장으로 스카우트된 인물. 최근 이퀀트코리아와의 글로벌 네트워크 매니지드 서비스 관련 계약을 하면서 한국유니시스의 인프라스트럭처 아웃소싱 비즈니스를 이끌어가고 있다.
김용호 상무(55)는 국내 항공사에서 다년간 근무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2001년부터 항공운송사업 본부장을 맡아 항공운송산업 비즈니스를 지휘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철도청 등에 수익관리시스템·항공권 예약시스템 등을 공급하면서 국내 항공운송 솔루션 시장에서 유니시스의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김대일 이사(43)는 지난 7월 입사, 다년간에 걸친 금융IT 서비스 비즈니스 경험을 살려 현재 한국유니시스 금융사업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기업연금 및 국내 은행권을 대상으로 관련 솔루션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마케팅/인사지원부를 담당하고 있는 이현우 상무(47)는 지난 96년 인사지원 본부장으로 임명돼 관련 업무를 총괄해 왔으며 2001년부터는 한국유니시스의 마케팅 지원업무를 함께 맡고 있다.
지난해 7월 입사한 재무담당 총괄 본부장인 이유승 상무(47)는 한국IBM·오토데스크코리아·코닥코리아·EDS코리아 등에서 재무담당 부서장을 거친 인물로, 지난 2002년 미국에서 상정된 새로운 기업회계법안인 사베인 옥슬리 법안에 따라 한국유니시스의 재무관련 업무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박영하기자@전자신문, yhpark@
*내가 본 유니시스: 정수미 교육담당 차장
신생 기업과 최근 급성장한 기업이 수두룩한 이 세계에서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 문화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종종 받아보는 질문이다.
13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유니시스의 기업 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해보라면 나는 ‘비빔밥’과 같다는 표현을 하겠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 민족의 대표음식으로 자리를 잡은 비빔밥은 밥과 야채·고기·해초류와 같은 성격이 다른 재료들이 섞여 더욱 깊은 맛을 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니시스는 오랜 역사 속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온 경험을 통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신·구세대, 다민족 문화의 구성원들이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왔다. 이러한 특징이야말로 유니시스가 오랜 기간 흔들림 없이 꾸준한 기업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유니시스는 ‘다이버시티(Diversity)’라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강조해 왔다. 다이버시티란 조직 구성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차이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해 이를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반영해 나가는 것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차원적인 접근을 장려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이룰 수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유니시스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문화 변혁 프로그램 ‘업라이트 유니시스 캠페인’ 역시 다이버시티 프로그램과 맥락을 같이 한다.
최근 유니시스의 사내 교육부서인 ‘유니시스 유니버시티’는 미국 기업 내 교육관련 협회인 ASTD(American Society for Training&Development)가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AT&T·아메리칸익스프레스·HP 등 쟁쟁한 기업들을 물리치고 전체 평가 대상 기업 중 3위를 차지했다. IT업계에서 부동의 1위임은 부연할 필요가 없다. 이는 유니시스가 강조해온 ‘인재경영’의 소중한 성과로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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