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기계 부품 업체인 원샤프트정공(대표 이택원)은 반도체 장비의 칩마운터 헤드에 사용되는 볼 스플라인(Ball Spline) 제품의 신뢰성 문제로 골머리를 섞여왔다. 고장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부품 신뢰성 분야의 전문인력과 시험 장비가 없었기 때문.
그러나 신뢰성기반구축기관인 산업기술시험원의 지원으로 부품 신뢰성을 향상시킨 결과, 이 회사는 일본 IKO 등 해외 선진제품과 동등한 수준의 기술력(내구성 1400만회)과 가격경쟁력(일본제품 대비 55% 수준)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삼성테크윈, 미래산업 등 국내 수요기업 납품은 물론 중국 LIO사 등 해외 신규 수요처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들어 제품 신뢰성 예측과 보증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주요 부품·소재에 대한 신뢰성(Reliability) 향상 문제가 국내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 제고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중소 부품·소재기업 신뢰성향상사업’을 통해 총 69개 과제에 45억 원을 지원한 결과, 해당 기업 매출이 2176억원이나 증가해 정부투자금 대비 약 48배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신뢰성 현황=90년대 중반 이후 국내에도 신뢰성 평가 개념이 도입됐으나 현재까지도 대우일렉트로닉스 품질경영연구소, LG전자 품질혁신센터, 삼성전자 C/S 센터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과 대학에서는 신뢰성 관련 기술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미국시장에서의 국내 전자제품(TV) 수리율(repair rate)을 조사한 결과, 일본(3.0)에 비해 국산 제품(8.5)의 신뢰성이 3배 정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신뢰성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부품·소재 신뢰성 저하→각종고장 발생→ 원인분석 불가→ 보완 설계 불가능→ 원천기술 재도입→경쟁력 있는 상품생산 불가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부품·소재의 낮은 신뢰성이 곧바로 완성품에 대한 불신과 가격하락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뢰성 평가 및 인증 강화=지난 2001년 ‘부품소재전문기업등육성에관한특별법’이 제정된 후 정부는 신뢰성평가센터를 구축하고 소형정밀모터, 유압실린더 등 201개 핵심품목에 대한 신뢰성평가기준을 개발하는 등 신뢰성 인프라 확보를 위해 상당한 투자를 단행해 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만으로는 국내 시스템 업체에 만연된 국산 부품·소재 사용기피 현상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고 특히, 중소 부품·소재 기업의 경우 현재까지도 신뢰성 평가에 소요되는 비용 및 인력 문제로 신뢰성 평가를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업종별로 특화된 신뢰성평가센터에 국가 차원의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고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신뢰성 평가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측 판단이다. 산자부가 최근 정부 주도의 현행 신뢰성인증제도 유예기간을 오는 2011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부품소재전문기업등육성에관한특별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동차부품연구원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의 경우 미국·GM 등 ‘빅3’은 물론 소규모 부품 딜러들도 부품 공급업체에 신뢰성평가 결과를 요구할 만큼 이미 일반화됐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신뢰성 인증·평가제도가 실시되지 못한다면 국내 부품·소재 기업의 해외 시장 개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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