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강국을 건설하자]제4부 세계 석학에게 듣는다(5)아라카와 야스히코 도쿄대교수

 “나노 기술이 향후 유비퀴터스 시대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아라카와 야스히코 도쿄대 교수는 유비퀴터스 사회 구현의 기본 요소인 초소형 반도체·센서·초고속인터넷 통신·저전력 LSI 등이 모두 나노 기술을 통해 현실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노 기술을 적용해 전자의 움직임을 통제하여 물성을 제어할 수 있으면 소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에너지 소모는 줄이면서 정보 처리 능력은 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라카와 교수는 “이러한 기술이 나노 수준의 반도체 소자는 물론 초고속인터넷 통신 기술, 정보보안, 바이오센서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의 기초가 되는 것이 아라카와 교수가 연구하는 양자점(quantum bit)과 양자 레이저이다.

아라카와 교수는 지난 1982년 양자점을 개발하고 반도체에 이를 활용할 것을 처음 제안한 이 분야의 선구자이다. 그는 양자선과 양자점 구조의 반도체 레이저를 제안한 인물이다. 그는 양자점과 양자선 구조에서의 새로운 형태의 트랜지스터를 제안, 나노 구조의 단일 전자 소자의 태동과 고속트랜지스터(HEMT) 개발의 원동력을 제공했다.

양자점이란 ‘반도체 역할을 하도록 만든 인공 원자’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응용해 초미세 반도체·생체 질병진단 시약·LED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기존 소자의 경우 소형화가 진행될수록 터널링 등의 누설전류가 증가하고 불균일한 소자 크기에 의해 주파수 및 에너지 등에 변화가 생긴다. 레이저 발광 다이오드의 경우에도 전자마다 에너지가 각기 달라 일부 전자만 발광에 기여하지만 양자점을 사용하면 쓰이지 않는 전자의 움직임을 통제,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소자의 크기도 나노 수준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아라카와 교수는 “현재의 D램은 1만개 정도의 전자를 필요로 하지만 양자점 기술을 적용하며 단일 전자로 이루어진 메모리도 만들 수 있다”며 “이는 결국 궁극의 메모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라카와 교수가 꿈꾸는 나노 기술이 상용화되면 어떤 일이 가능해질까?

우선 인터넷의 정보 전달 속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기존 초고속인터넷을 뛰어넘는 ‘초’초고속인터넷이 가능해진다. ADSL이나 광통신망(FTTH) 등 기존의 초고속인터넷은 정보 처리를 위해 고속의 변조가 필요한데 양자점 레이저를 사용하면 펄스를 보다 빨리 변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전자만 움직일 수 있어 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불필요한 전자도 함께 움직이는 기존 통신 방식에 비해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통신망의 보안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정보를 담은 하나의 전자만이 움직이고 이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등의 해킹 행위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이다. 아라카와 교수는 “인터넷 정보 처리 속도의 향상과 보안 문제의 해결은 수많은 정보를 처리해야하는 유비퀴터스 환경의 도래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자점과 화학·의학 기술을 적용해 각종 의약품 및 진단 시약 등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아라카와 교수는 기대하고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각종 물질들과 같이 분자 수준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양자점의 장점을 살려 인체에 거부 반응 없이 주입돼 각종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능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그는 양자점을 이용한 암 진단 기술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러한 진단 기능은 환경 문제에도 응용될 수 있다. 양자점을 센서로 사용, 환경 중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 오염이나 이상을 미리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술들이 모두 몇 개의 분자 정도의 크기로, 극히 적은 에너지만을 소모하며 이루어지게 된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 유비퀴터스 환경이다. 분자 수준의 초소형 메모리와 반도체 소자가 신체에서부터 일반 환경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센서로 주변 정보를 파악하며 차세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안전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아라카와 교수는 “센서와 스마트태그, 브로드밴드가 연결돼 작으면서도 어디든 있는 센서들이 주변을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상황이 곧바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라카와 교수는 “양자점 레이저는 5년 정도 후에 상용화될 것”이라며 “이를 응용한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양자점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은 1982년이었지만 패브리케이션을 통한 나노 구조의 실제적 구현이 가능하게 된 것은 1990년대에 이르러서였다”며 장기적 안목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또 그는 나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들도 나타날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분자 이하 수준의 나노 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나노 기술을 통한 유비퀴터스 환경이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라카와 교수는 “나노 기술도 나름의 위험성이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해 좋은 측면을 극대화할지가 중요하다”며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이 나노 관련 연구를 저해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삼성·LG 등 한국 기업들의 나노 관련 활동이 인상적”이라며 한국의 나노 기술 수준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아라카와 교수는 “우리가 꿈꾸는 나노 세상을 위해선 팹·물리학 이론·레이저 등 디바이스 어플리케이션의 개발 등의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며 “기초 과학 연구와 업계의 상용화 노력이 모두 중요하며 이를 위한 산학연 협동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양자점의 창안자로서 나노 기술의 바탕에 서서 IT와 인터넷 환경을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의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는 유비퀴터스 시대를 맞이하려는 아라카와 교수의 모습에서 대학자의 열정과 고민이 묻어나왔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아라카와 야스히코 교수는]

아라카와 야스히로 도쿄대 교수는 1982년 양자점을 이용한 반도체 레이저를 처음 제안한 인물이다.

아라카와 교수는 이후 양자 수준의 나노 구조 디바이스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해 온 이 분야의 선구자이다. 특히 그는 전자의 통제를 위한 양자의 성장과 양자 물리학 이론 등에 힘을 쏟았으며 최근 통신용으로 사용 가능한 고기능 양자점 레이저와 단일 광자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아라카와 교수는 현재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교수이며 나노일렉트로닉스협력연구센터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또 일본 경제산업성 등 정부 기관이 주도하는 광자 네트워크 기기 관련 프로젝트 2개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그는 양자점을 창안하고 관련 연구에 매진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에사키 박사를 기념하는 레오에사키상(2004), 퀀텀디바이스어워드(2002), IBM어워드(1990) 등을 수상했다. 또 나노 기술 및 양자점에 관한 각종 국제 학회의 편집인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양자점과 양자점 레이더]

양자점(quantum dot)이란 ‘반도체 역할을 하도록 만든 인공 원자’라고 할 수 있으며 1982년 아라카와 교수에 의해 처음 제안된 이래 나노 기술의 각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기존의 유기 형광 물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광학적 특성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양자점 레이저 다이오드는 양자점을 활용해 레이저를 발광하는 응용 기기로 화합물반도체에 기초한 차세대 광통신 및 열영상의 핵심소자로 평가되며 현재 국내에서도 다각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아라카와 교수는 양자점 기술을 응용하면 불필요한 전자의 움직임을 줄여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정보 처리 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1980년대에 처음 제안된 이래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처음 제작이 가능해졌으며 실생활에 사용 가능한 디바이스의 등장은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기술은 향후 유비퀴터스 시대를 주도할 핵심 나노 기술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