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의 PVP 정책이 전모를 드러냈다.
블리자드측은 클로즈베타테스트 중인 ‘WOW’에 ‘PVP 서버’를 별도로 열어 테스트를 진행할 정도로 호드 진영과 얼라이언스 진영 간의 PVP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PVP시스템이 완성된 형태가 아니어서 유저들은 ‘왜 PVP를 하는지’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패널티가 거의 없는(지금은 묘지에서 시체가 있는 곳까지 뛰어가야 하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유일한 패널티) 상황에서는 양 진영 간의 PVP가 단순한 유희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블리자드의 롭 파르도(Rob Pardo) 부사장이 ‘WOW’ PVP시스템의 전모를 담은 칼럼을 보내왔다. ‘WOW’ 수석디자이너이자 게임디자인 부사장인 그는 이 칼럼을 통해 PVP가 필요한 이유와 앞으로 구현될 방식 및 보상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WOW’를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 고려한 주요 요소는 3가지다. 첫번째 요소는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몬스터와 주변환경에 대항하여 플레이하는 모험적인 측면이고, 두번째 요소는 ‘끝없는 놀이동산’으로서의 역할이다.
캐릭터 육성과는 별도로 다양한 재미를 부여한다는얘기다. 세번째 요소가 바로 PVP다. 그동안 블리자드가 출시해온 모든 게임들은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이 가능했으며 블리자드 팬들 또한 블리자드에 이런 플레이스타일을 기대하고 있다. ‘WOW’에서도 PvP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톱 파르도 블리자드 부사장]‘WOW’에서 PVP를 설계하는 데 고려한 가장 중요한 점은 ‘워크래프트’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워크래프트’는 인간과 오크 간의 전쟁으로 시작되었을 때부터 호드와 얼라이언스 간의 전쟁을 다룬 게임이었다. 그동안 얼라이언스와 호드를 확장해 각 진영에 더 많은 종족을 추가해 오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양 진영 간의 충돌이다.
블리자드는 게임 세계를 설계할 때 이러한 양 진영 간의 긴장감을 반영, 플레이어들이 상대 진영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도록 했다. ‘WOW’의 퀘스트들은 상대 진영의 NPC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또 이미 양 진영 사이의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을 만들어 놓아서 플레이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힐스브래드 지역에는 인간 마을과 언데드 마을이 공존하고 있으며 언데드 마을에는 얼라이언스 마을로 들어가 인간 소작농 NPC들을 공격해야 하는 퀘스트들이 있다. 이런 방식으로 플레이어들은 호드와 얼라이언스 간에 전쟁이 항상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실감나게 깨달을 수 있으며, 서로 상대 진영을 미워할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힐스브래드에 있는 언데드 플레이어는 인간을 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며 인간 플레이어 역시 언데드를 적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언어를 처리하는 방법 역시 호드와 얼라이언스 간의 구분을 더욱 분명하게 해준다. 양 진영은 서로 의사 소통을 할 수 없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도록 돼 있다. 이로써 양 진영 사이에는 시작부터 하나의 벽이 존재하게 된다.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말이 통하지 않은 적이 존재하는 것이다.블리자드는 독특하면서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PVP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많은 MMORPG들은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과 PVP를 즐기는 사람들을 나누려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게임들은 PVP에 중점을 두는 반면 다른 게임들은 오직 모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험을 강조하는 게임들 역시 게임의 원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PVP를 즐길 수 있도록 특별한 규칙이 적용되는 서버를 만들어 제공하곤 한다.
블리자드는 이런 격차를 줄이고 싶었다. 사람들이 모험을 즐기다가도 언제든지 원하면 PVP에 돌입할 수 있도록 만들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것이 우리의 중요한 목표다.
이를 위해 블리자드는 팀 기반의 PVP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해 왔다. 각종 스포츠나 게임의 경우 대개 혼자 하는 것 보다는 팀 단위로 하는 것이 더 재미있기 마련이다. 스토리적인 이유 외에 팀 기반 PVP 시스템을 원하는 주된 이유는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속해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호드를 선택했건 얼라이언스를 선택했건 곧바로 동료가 누구인지 적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즉, PVP 지역에서 적에게 공격을 받게 될 경우 옆에서 도와줄 동료를 처음부터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누구를 공격해야 할지 누구를 공격해서는 안 되는지도 바로 알 수 있게 된다.
팀 기반 PVP의 또 다른 장점은 양 진영을 고르게 나눠지도록 해주고, 양 진영 내에 작은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플레이어들은 보다 쉽게 친구를 사귀고, 길드를 구성하고, 커뮤니티 내의 모든 이들과 친해질 수 있게 된다.
팀 대 팀 구조를 한층 강화해 주는 PvP시스템의 핵심은 바로 팀 단위의 목표다. 팀이 특정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PvP에 참가한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더 많은 명예가 돌아가게 되며, 바로 이 명예라는 요소는 PvP 참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될 것이다.
팀 단위 목표에는 상대 진영의 중요한 NPC를 죽이고, 분쟁 지역을 차지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얼라이언스 진영의 어떤 플레이어들이 오그리마의 오크 대장인 스랄을 죽이게 된다면, 해당 얼라이언스 PVP 팀의 모든 사람들에게 명예 점수가 주어진다.
전장도 이와 비슷하게 구현될 예정이다. 만일 어떤 전장을 점령하게 된다면 해당 팀 전원에게 명예 점수가 분배된다. 이렇듯 각각의 플레이어에게도 개별적인 보상이 주어지므로 얼라이언스 또는 호드 진영의 다른 플레이어들과 팀을 이루어 플레이하는 것이 항상 유리하게 될 것이다.PvP를 정말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만들려면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WOW’에서는 보상 시스템을 통해 동기가 부여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하루가 끝나는 시점에서 양 진영에 얼마나 많은 명예 점수가 축적되었는지 계산하게 된다.
기본 명예 점수에 그날의 성과(중요한 NPC를 죽였는지 또는 전장을 장악했는지 등의 여부)에 따라 보너스 명예 점수를 부여하고 이 명예 점수는 해당 일자의 PVP에 참여한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분배된다. 분배율은 여러분의 기여도(개인의 명예 킬 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바로 이 ‘명예’가 PVP 계급 시스템의 핵심부분이다. 킬수에는 명예 킬수와 불명예 킬수가 있다. 명예는 비슷한 레벨의 상대를 죽였을 때 얻어지며 보다 높은 레벨의 플레이어 캐릭터를 죽일 경우 더 많이 주어진다.
반면 낮은 레벨의 플레이어 캐릭터나 NPC, 그리핀 조련사 및 퀘스트 NPC 같은 비선공 NPC들을 죽이면 불명예 킬이 된다. 불명예 킬을 계속하면 결국 명예롭지 않은 꼬리표가 붙게 되며, 경험치를 잃게 될 뿐만아니라 양쪽 진영 모두가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다. 명예로운 PVP 플레이는 장려하지만 불명예스러운 행동은 처벌하겠다는 의도다.
계급은 매주 말 플레이어들의 점수와 팀에 대한 기여도, 각 진영 전체에서 얻은 총 명예점수, 플레이어가 얻은 명예 점수가 차지하는 비율 등을 따져 결정된다. PVP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점수를 얻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얻은 군사 계급은 다른 플레이어와 차별되는 호칭이 된다.
또 이같은 계급시스템을 바탕으로 산정된 플레이어들의 계급은 주간 단위로 공개할 계획이다. 누가 서버 최고의 PVP 플레이어가 될 것인지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다.‘WOW’에서는 앞으로 PVP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명예와 특별한 PVP 팀복장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계급이 올라가고 PVP 참여횟수가 많아질수록 NPC 상인들에 대한 할인 혜택이 주어지며 망토·반지·갑옷·무기 등 다양한 아이템이 보상으로 지급된다.
계급이 올라 장교가 되면 장교복이 주어지며 특별한 장교용 병영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 안에서는 충분한 명예와 계급을 얻은 후에만 사용할 수 있는 희귀한 아이템들을 구입할 수 있는데, 아주 높은 계급의 장교들은 특별한 탈것과 엄청난 품질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각 종족에서 가장 높은 계급의 PVP 플레이어에게는 해당 종족 수도의 ‘수호자’라는 호칭과 함께 특별한 영예가 주어진다. 또 언제든지 고향 도시로 순간 이동할 수 있는 능력도 부여될 것이다.전장이란 언제든지 PVP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정된 지역이다. 전장은 PVP 및 일반 서버에 모두 존재하며 분쟁 지역으로 간주된다. PVP 서버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분쟁 지역 개념에 익숙해져 있겠지만 일반 서버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이 지역이 매우 위험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 지역에 들어서는 순간, 상대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팀 단위 목표를 포함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진다.
예를 들면, 첫번째 전장인 알터랙 계곡은 알터랙 산맥 근처에 있으며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몬스터와 퀘스트, 호드 및 얼라이언스 마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에는 그 지역의 퀘스트(PVP 지역에서의 퀘스트이므로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짐)들이 플레이어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같은 진영의 플레이어들이 더 많이 모이게 되면 상대편 마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으로 상황이 발전할 수도 있다. 만일 지휘관을 죽이게 되면 상대편의 마을을 약탈하게 되며 팀 전체가 명예 점수를 얻게 된다.
전장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앞으로 추가하고자 하는 것은 공성 무기들이다. 공성 무기들은 ‘WOW’가 출시된 이후에 구현되기 시작할 것이며, 플레이어들이 투석기를 비롯한 공성 무기로 상대편 마을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그에 따르는 난이도 역시 올라가 공성 무기를 사용해서 상대 마을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NPC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건물을 파괴하는 것으로 목표가 바뀌게 된다.
<롭 파르도 블리자드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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