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감독의 데뷔작 ‘슈퍼스타 감사용’은 프로야구 원년의 삼미 슈퍼스타즈 패전처리 투수였던 감사용의 활약을 그린다. 그런데 활약이라니. 감사용은 1982년 5월 30일부터 9월 28일까지 모든 경기의 연패 기록을 갖고 있다. 1986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전적 1승 15패 1세이브를 기록한 패전처리 전문투수인 그가 왜 주인공이 돼야 하는가.
22연승을 기록한 프로야구 원년의 최대 스타인 박철순이 아니라, 패전 투수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 이 영화의 울림이 있다. 드라마틱한 승리를 기록한 승자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보다 더 밝은 빛이 감사용에게는 있다.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패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초창기 대부분의 선수들은 국가대표 출신이거나 실업야구 출신이었다. 하지만 감사용은 경남 창원의 삼미특수강 직원이었다. 중고교 시절에는 학교 야구 부원이었지만 이후에는 직장에 취직해서 취미 삼아 공을 던지던 직장야구 투수였다.
창원에 전지훈련 차 온 삼미 슈퍼스타즈에는 좌완투수가 없었는데 감사용은 연습 상대를 해주다가 감독의 권유로 오디션을 보고 정식 선수가 됐다. 같은 삼미 계열이었기 때문에 파견 형식의 근무로 그는 삼미 슈퍼스타즈 프로야구단에 소속됐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자신의 꿈을 위해 전력투구한 감사용의 이야기를 통해 패배가 아니라 승리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소재가 주는 감동이 있다. 그러나 드라마는 짜임새 있게 만들어져 있지 못하다.
회사원이었던 그가 오디션을 보기 위해 몰래 회사를 빠져 나가는 도입부의 신은 경쾌하다.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해 허구가 개입됐다. 야구장 매표원 박은아(윤진서 분)와의 로맨스는 허구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한 감사용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는 이범수의 밀착된 연기로 살아 있지만 주변부 캐릭터는 충분하게 입체적으로 구축돼 있지 못하다. 이것이 ‘슈퍼스타 감사용’을 슈퍼스타로 만들지 못하는 가장 큰 패인이다.
감사용의 주변부 인물은 크게 가족과 야구단 구성원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감사용과 같은 직장에 다니는 배우 지망생 여직원이 있는데 캐릭터도 제대로 구축돼 있지 못하고 등장 의미가 없다.
야구단 구성원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실화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현실적 제약이 있을 수도 있지만 드라마 전개를 위해 가상의 선수가 등장할 수도 있다. 투수 인후봉이나 포수 이혁재, 타자 양승관 등과의 갈등이나 우정도 너무 상식 수준이다.
그런데도 영화가 우리들의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그늘에 묻혀 있는 소재를 발굴한 덕분이다.
이범수는 감사용 역을 연기할 최적의 배우다. 프로 야구 투수라고 볼 수 없는 169㎝의 감사용과 키가 비슷하기 때문은 아니다. 15년 전 대사 한 줄의 배역으로 출발해서 한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하기까지 그가 걸어온 과정이 누구보다도 감사용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범수는 과연 땀내 물씬 나는 호연으로 감사용이라는 인물을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낸다.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평범한 우리 자신을 투사시키며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키는 감사용이라는 캐릭터와 그 인물을 살아있게 표출한 이범수 때문이다.
실화가 주는 한계는 우리가 이미 곽경택의 ‘챔피언’에서도 확인했던 것처럼 때로는 거대한 벽으로 작용한다. 실제 사건은 영화라고 해서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또 다른 그 무엇이 존재해서 그것을 관객들의 가슴 속에 전해줘야 한다. 실화영화의 극적 장치가 실제 사건을 따라가는 연대기적 구성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더 섬세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그것이 부족하다.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 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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