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유티스타컴·스펜션 등 세계적인 휴대폰업체와 핵심부품업체들이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앞 다퉈 우리나라에 R&D센터를 잇달아 설립하고 있다. 이 같은 외국업체들의 움직임은 세계 휴대폰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테스트마켓으로 최상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3G제품을 생산하면서 우리의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데다 세계 시장에서의 파워도 강력해져 차세대 휴대폰 기술 개발의 요충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외국업체들의 R&D센터 설립은 국내 휴대폰 관련산업이 양 위주에서 질 위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신호탄으로도 풀이돼 고무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에는 한발 앞선 우리 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숨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업체의 R&D센터 설립을 투자 유치 개념으로 여유롭게 바라보기엔 어쩐지 석연치 않다. 겉으로는 테스트마켓의 게이트웨이라고 치켜세우지만, 휴대폰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는 중견 기업을 인수해 힘 안들이고 헐값에 핵심기술을 빼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모토로라의 경우 중국과 아시아시장을 겨냥, 최근 자회사인 어필텔레콤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휴대폰 R&D센터를 한국과 미국으로 이원화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경쟁국인 중국과 대만업체들도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견업체인 텔슨전자와 맥슨텔레콤의 R&D부문만을 인수해 R&D는 한국에서, 생산은 자국에서 하는 식의 이원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 창출은 외면하고 알짜배기인 핵심기술만 취하겠다는 속셈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적대적인 기업사냥인 것이다. 힘들여 개발한 기술이 경쟁국으로 넘어가 결국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경우 국부의 유출은 물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우리 업체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는 휴대폰 업체들이 법정관리로 내몰리면서 이들 업체에 자금을 빌려줬던 금융권이 기업을 매각해 손실을 줄이려 애쓰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기술력이 탄탄해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까지 자본 논리에만 매달려 외국 경쟁업체에 매각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지난번 하이닉스가 중국업체와 합작한 것에 대해 우리의 첨단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지 않을까 우려했던 일부의 시선도 같은 맥락이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가뜩이나 일류상품 경쟁에서 밀리고 있고 휴대폰마저도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하루가 다르게 좁혀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장 경제 논리도 중요하지만 수출 효자품목인 휴대폰의 핵심기술이 그대로 경쟁국에 유출돼 경쟁력 약화를 자초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휴대폰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R&D센터 집결지로 떠오른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는 휴대폰시장에서의 우리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적대적인 M&A를 통한 외국업체의 R&D센터 국내 진출은 결코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R&D센터 유치라는 사탕발림에 현혹돼 우리가 피땀 흘리며 쌓은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중국 등 라이벌업체에 유출될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외국기업의 R&D센터 유치에도 우리 산업에 피해가 없도록 신중을 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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