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기업연금) 시장을 잡아라.’
컴퓨팅업체들이 이달 중 정기국회에서 퇴직연금시행법안의 국회상정 절차 통과를 예상하면서 금융 관계자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잇달아 개최하는 등 인지도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근로자 퇴직급여제에 따르면 오는 2006년 1월부터 근로자가 만 5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제를 노사 합의에 의해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존에 사내 적립되던 퇴직금을 퇴직연금사업 금융기관에 사외 위탁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 보험과 별도 영역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관련업계는 향후 10년 이내 최대 400조원에 달하는 신규자산 운용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보험사를 필두로 은행, 증권사들이 퇴직연금제 실시를 위한 정보기술(IT)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부터는 퇴직연금을 취급하기 위한 금융권의 대대적인 IT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초기 IT시장 규모=아직까지 법안이 최종 확정되지 않아 금융권의 초기 IT투자가 어떻게 이뤄질지 확실히 예상되는 바는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기관들이 독자 개발하거나 공동개발할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초기 시장규모가 약 300억∼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기업연금은 크게 확정급부(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퇴직계정(IRA)형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3요소를 다 충족하기 위해서 많게는 8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확정급부형의 경우는 기존 퇴직보험과 유사해 자체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 단독개발이 어려운 확정기여형의 투자만 이뤄진다고 볼 때 1개사당 40억∼5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를 10여개사가 공동으로 개발한다 해도 회사당 적어도 20억원 정도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이 시장은 초기에만 5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기업연금의 경우에는 금융기관 위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익사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은행권 및 증권사가 뛰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IT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구축사례 알리기 나서=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퇴직연금에 대해 생소할 뿐만 아니라 법안도 명확히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전략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다만 업체마다 일본, 유럽, 미국 시장 등에서 퇴직연금 솔루션을 구축한 경험을 대외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해당 관계자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며 인지도 확산에 주력하는 입장이다.
한국 IBM(대표 토니 로메로)은 기업연금 사업을 준비중인 금융기관에 시장 진입 및 운용체제 전략 수립은 물론 운용모델 설계와 시스템 구축에 이르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난 2001년 IBM재팬이 현지 40여개 금융업체가 기업연금 서비스와 관련해 공동 설립한 회사인 NRKN의 시스템을 구축, 아웃소싱 운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다양한 환경에 최적화된 운용모델과 시스템 구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유니시스(대표 강세호)는 다음주 중 증권업협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연금 솔루션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 자리에서 일본에서 도입 운용중인 기업연금 솔루션의 구축 사례와 국내 도입시 접근방법, 그리고 실제 시스템의 기능 설명 및 데모를 시연할 계획이다. 특히 외산 솔루션 중에는 유일하게 동양권인 일본유니시스가 직접 만들었으며, 단독개발과 공동개발에 모두 성공한 경험을 적극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솔루션과의 접목 통한 시장 진입=SAP코리아(대표 한의녕)는 기존 보험 솔루션을 통해 기업연금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SAP는 수금과 지급에 관련된 솔루션 ‘FS-CD’, 자산운용 솔루션 ‘FAM’, 고객관계관리솔루션 ‘마이SAP CRM’ 등을 전방에 배치,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물론 PFA펜션(덴마크 연금보험사)·인터폴리스(네덜란드 연금보험사) 등의 준거(레퍼런스) 사이트를 들고 시장 수요를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오라클도 신규솔루션인 펜션2000을 오는 15일 국내에서 공식 발표하고 초기 퇴직연금 시장진입을 위한 컨설팅 전략 등 비즈니스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니보스(대표 우진호)는 호주 싱크로나이즈드 소프트웨어사의 퇴직연금 솔루션인 ‘캐피털’을 국내 공급하기로 하고 최근 호주 회사와 업무제휴를 끝냈다. 이 회사는 내달부터 국내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세미나를 개최하고, 초기투자 비용이 비싸다는 점을 감안해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방식으로 서비스를 선보이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병희·이정환기자@전자신문, shake·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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