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인터넷 해법 찾기](2)신규서비스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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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가입자를 930만으로 예상한 것은 사업자 수나 다른 신규 서비스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접근법이다.”(준비사업자)

“기술 발전을 예단해 정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예측 가능한 선에서 정책 목표를 설정할 뿐이다.” (정부 관계자)

휴대인터넷(Wibro·와이브로) 허가 정책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사업자들이 논쟁을 벌이는 또다른 이슈는 바로 여타 IT신규서비스와의 관계 설정이다.

휴대인터넷이 본격화될 2006년에는 IT839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신규 서비스 육성책과 기술 발전이 맞물려 신개념 IT서비스가 대거 상용화된다. 예상대로라면 WCDMA의 차기 버전인 HSDPA와 위성DMB, 지상파 DMB가 모두 상용화돼 서비스간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 여기에 기존 무선랜에서 발전한 무선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도 한 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신규 서비스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시장 규모와 투자 여력이 있느냐는 것. 인구와 IT서비스 가입자 규모가 한정돼 있는데다 이미 이동통신 가입자가 3600만명을 넘은 상황에서 추가 수요가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수많은 IT서비스중 어느 한 곳에 집중하면 자연히 다른 쪽이 등한시되거나 위축될 수도 있다는 게 사업자들의 지적이다.

예측이 어려운 기술 발전 방향성도 논란의 한 축을 이룬다.

WCDMA의 차기 버전인 HSDPA는 대용량 데이터 전송을 기반으로 무선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데다 상용화 일정도 휴대인터넷과 똑같다. 기술도 평균 데이터 전송량이 3.4Mbps(HSDPA)와 5.4Mbps(휴대인터넷)로 비슷하고 최고속 전송량도 14Mbps(HSDPA)와 18Mbps(휴대인터넷)로 기술적 우위를 논하기가 어렵다. 지원 가능한 이동속도는 HSDPA가 최대 250Km까지 발전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휴대인터넷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휴대인터넷 기술 개발을 담당한 ETRI 한 관계자는 “휴대인터넷이 xDSL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선 초고속시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HSDPA가 같은 시장을 보고 들어올 경우 상호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기술이나 시장적 측면에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고해서 정부가 KT, 하나로텔레콤의 주장처럼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WCDMA 사업권을 가진 SK텔레콤의 사업참여를 제한해 경쟁구도를 만들어야할 것인가. 정부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휴대인터넷이 유·무선 브릿지 서비스인만큼 사업자 제한은 어렵다”면서 “이동전화와 DMB 등 여타 서비스와의 결합을 통해 시장을 키우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반면 거꾸로보면 기존 서비스와 사업자를 모두 떠안고 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의 휴대인터넷 허가정책 초안도 서비스간 중복이나 향후 융합 또는 경쟁에 대한 고려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IT서비스간 경쟁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업자 구도로 풀지, 사업자 선정 기준에 반영할지는 정부가 판단하면 된다.

KISDI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IT테스트베드로서의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발굴한 신규 IT서비스들이 어떻게 융합되고 경쟁하고 쇠퇴하는지를 시장에서 판가름 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