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애니 구매 의사 `밀물`

‘한국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보여주세요.’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기존 한국 애니메이션의 작품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정작 배급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던 해외 바이어들이 최근 한국 작품을 먼저 찾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해외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영국에서 날아온 반가운 소식=최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애니메이션 산업팀에 멀리 영국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의 공중파방송 ‘iTV 칠드런’과 위성방송 ‘스카이원 TV’로부터 한국 애니메이션 구입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문화콘텐츠진흥원 영국사무소가 주선한 이번 제안은 특정작품을 프로모션 없이 영국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자체에 관심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영국은 지난 3월 영화·TV 제작자협회(PACT)와 애니메이션 업체 관계자로 구성된 사절단이 방한해 국내의 주요 애니메이션 업체와 관련기관을 탐방하고 돌아간 후 한국 애니메이션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iTV 칠드런’은 6∼12세 남자아이를 대상으로 한 편당 10∼11분, 20∼22분 내외의 코믹 애니메이션을 요청했다. 특히 ‘스카이원 TV’는 편당 22분의 8세 이상 어린이용 26부작 TV 시리즈물과 함께 부활절 방학이나 크리스마스 연휴에 방영할 2시간 이내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원한다는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해 방영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과 일본도 관심=반가운 소식은 미국에서도 전해졌다. 미국의 질리안느 라인세스 디즈니 부사장과 피터 갈 니켈로데온 개발본부장이 ‘아이언키드(Iron Kid)’와 ‘마스크맨(Mask Man)’ ‘팻펫(Fat Pet)’ 등 3편의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해 문의한 것이다.

 올 4월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애니메이션 우수 파일럿 제작지원 사업의 해외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이들은 당시 후보작이었던 ‘팻펫’과 함께 진흥원 스타프로젝트 선정작인 ‘아이언키드’와 ‘마스크맨’의 제작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파악한 후 수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팻펫’의 경우 우수 파일럿 제작지원 사업에서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이들에게 눈도장을 찍힌 경우여서 해외 심사의 효과를 보여주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일본의 카툰네트워크 재팬도 문화콘텐츠진흥원에 국내 애니메이션 배급사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제작사가 아닌 배급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특정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국산 애니메이션 전반에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일이 잘 진행될 경우 국산 애니메이션의 대량 수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게 한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4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제8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서 카툰네트워크 재팬과 국내 배급사와의 만남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외국으로부터의 이 같은 러브콜은 국산 애니메이션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좋은 징조다. 하지만 이번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면 거꾸로 한국 애니메이션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이번에 질 높은 작품을 선보여야만 후속진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화콘텐츠진흥원 이상길 애니메이션산업팀장은 “영국과 미국, 일본에서 보이는 최근의 관심은 당장 개별기업의 매출증대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더라도 한국 애니메이션 수출의 물꼬를 튼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우수한 작품들이 공급돼 국산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높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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