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한 스마트카드 응용소프트웨어업체 사장의 자조 섞인 한탄이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실속이 없는 스마트카드업계”라는 그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화려한 외양의 스마트카드 시장과 달리 업체들은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스마트카드 시장이 열리지 않은데다 워낙 많은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다 보니 수익성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카드 관련업체는 OS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스마트카드 솔루션업체 10여개, 단말기 등 시스템 업체 10여개, 카드제조업체 6개 등 총 26개사가 연간 2000억원 정도의 시장을 놓고 경쟁중이다.
90년대 중반 전자주민증 사업이 무산되자 당시 대기업에서 스마트카드사업을 추진했던 인력들이 뿔뿔이 흩어져 회사를 창립하면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탓이다.
이처럼 카드를 공급하겠다는 업체들이 너무 많다 보니 금융권 등 발주처들은 의도적으로 업체간의 가격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모바일뱅킹·서울시교통카드·금융IC카드 등 스마트카드 발주가 이어졌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대부분의 업체들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물량을 공급해야 했다.
업체들이 수주를 위한 원가이하의 출혈경쟁에 나서는 배경에는 향후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숨어있다. 그러나 이같은 스마트카드 공급업체의 기대와 달리 발주사에서는 무조건 가격을 낮게 써낸 업체들을 선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매번 공급사들이 바뀌는 게 현실이다.
다행인 것은 당국의 방침에 따라 올 연말부터 현금카드 및 신용카드의 스마트카드화 사업이 본격화돼 시장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권만 해도 2008년까지 총 1조원 이상의 카드대체 수요가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카드 업체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처럼 시장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음에도 업계의 전망이 반드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증권가에서도 너무 많은 업체들로 인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향후 전망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종길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농협 금융IC카드 입찰에서 장당 1000원 미만의 저가 카드가 낙찰되는 등 가격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시장확대를 인정하더라도 수익성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당분간은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겠지만 결국 가격경쟁에서 버티는 업체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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