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1](22)비만 치료제

식욕을 줄이면서 동시에 체지방을 제거하는 물질이 한국인 과학자들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과 이기업 교수팀이 4년의 연구 끝에 체내 분비물질로 알려진 ‘알파리포산(Alpha-Lipoic Acid)’의 체중감소 효과를 규명했다.

 알파리포산은 인체에 해가 없는 지방산으로 이미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여 왔다. 이 교수팀이 처음 알파리포산의 비만 억제 효과에 주목한 것도 당뇨병 예방 약물을 연구하던 중, 이 물질을 먹은 비만 쥐들의 살이 빠지는 걸 발견하면서부터였다.

 비만치료제는 일반적으로 에너지 소모 촉진이나 식욕 억제 기능 중 하나만을 가지는 게 보통인데 알파리포산은 특이하게도 이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존 치료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까지 모두 극복했다.

 기존 지방흡수 차단제는 지방이 몸속에 흡수되기 전에 곧바로 장으로 내려 보내는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자주 화장실에 가야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러나 알파리포산은 소모 에너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방을 태우기 때문에 전혀 그런 불편이 없다. 또 포만감을 증대시켜 식욕을 억제하는 기존 식욕억제제의 경우 두통, 변비와 같은 부작용이 있는데다, 사람마다 느끼는 포만감이 다 달라 효능이 들쭉날쭉한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알파리포산은 세포 내에 에너지가 부족할 때 느끼는 식욕을 줄여주기 때문에 별다른 부작용도 없다.

 사람에 대한 알파리포산의 임상 연구는 현재 소수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임상실험을 통해 항비만 효과가 검증되면, 빠르면 2년 후부터 알파리포산으로 만든 비만치료제가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2∼3년 후면, 전 세계 12억명에 달하는 과체중 또는 비만인구가 비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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