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러플린 총장 계약 잡음 여전

로버트 러플린 미 스탠퍼드 교수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12대 총장 취임이 다음달 14일로 예정돼 있는 가운데 여전히 계약 조건을 둘러싼 잡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4일 과학기술계와 KAIST에 따르면 KAIST는 러플린의 임기가 4년이며 연봉으로 40만∼60만달러를 받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더 이상의 세부적인 계약 조건은 밝히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부도 연봉협상 등 대부분의 계약내용은 KAIST의 문제라며 구체적인 내용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에 대해 러플린 자신도 최근 전자신문과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계약서를 직접 봐야만 설명이 가능할 정도로 계약 조건이 복잡하다’며 ‘자신이 모든 내용을 밝히기보다는 한국의 과학기술부가 밝히는 것이 옳다’고 계약 내용 공개를 피했다. 이같이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공개되지 않자 일단 임기와 연봉, 이면계약 여부 등이 여전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계약 임기 몇 년이 맞나=KAIST측의 발표에 따르면 임기는 4년간으로 되어 있지만 정작 러플린은 “연장은 가능하지만 정확히 24개월 임기로 알고 있다”며 “임무가 완수됐을 때 스탠퍼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e-메일을 통해 확인했다.

　그는 또 “스탠퍼드와 KAIST가 같은 날 계약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KAIST측이 먼저 발표했다”고 밝혀 업무추진 과정에서도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등 일부 혼선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로이 드러났다.

　◇이면계약 여부=최근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KAIST 이사회 측과 별도의 구두협약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러플린은 “이사회와 가졌던 중요한 구두협약은 제가 좋은 일을 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밝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면합의가 있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동안 연봉과 관련, 한동안 러플린교수가 100만달러가 넘는 액수를 요구했고 나머지는 대기업에서 부담하기로 했다는 소문까지 돌기도 했다.

　한편, 러플린은 “KAIST의 경영을 위해 훌륭한 부총장을 원한다”며 “부임하는 대로 허심탄회한 소규모 미팅을 통해 우선 KAIST의 현안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AIST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스탠퍼드대 규정상 휴직이 2년 이상 안되기 때문에 2년 근무한 뒤 휴직연장을 신청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