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지난달 31일 오후 3시 비좁은 한국특허정보원의 6층 간부회의실에 나노 관련 산·학·연·관 전문가 10여 명이 대거 모였다. 특허청·과학기술부·한국특허정보원·삼성종합기술원·LG전자기술·프론티어나노소재사업단·나노기술연구조합·프론티어나노메카트로닉스사업단·나노기술연구협의회 등 내로라하는 나노 관련 전문가들이 나노분석연구팀을 구성, 선진국의 나노 기술 특허 내용에 대한 분석을 하고 토론을 벌이는 등 마치 ‘나노 코리아의 국무회의(?)’을 방불케 했다.
이 자리는 우리나라가 2010년 나노 기술 선진 5대 국 대열에 진입하기에 앞서 선진국의 특허내용을 파악, 외국 경쟁업체의 특허 공세를 비켜가는 것은 물론 특허 침해 우려를 미리 방지함으로써 점점 치열해지는 나노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국내에서 이처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집단적으로 자리를 함께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평가되고 있다. 특허청 황은택 사무관은 “10대 성장 기술인 나노 산업의 육성 정책 수립 이후 산·학·연·관 분야에서 나노 전문가들이 모여 미국·일본·유럽 등에서 등록·공개된 등 나노기술 전 분야에 대한 특허 자료의 수집·분석에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우리 경제의 신 성장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는 나노 기술 산업 육성을 위해 나노 전문가들이 특허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다. 나노 기술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에 경쟁국의 나노 특허 정보는 나노 전쟁을 치르는 데 있어 보급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또 세계 나노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노소자·나노재료 등 다양하 분야 산·학·연 기술 인력들이 끊임 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특허 획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나노 기술 및 특허 수준은 = 한국특허정보원이 분석한 세계기술평가센터 자료(2000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나노 기술력은 42점으로 미국의 2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노 바이오·나노소재 분야에서 미국의 18% 수준에 있어 열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76년∼2003년까지 등록된 나노 특허 내용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1만 2000건, 미국 9만4000건, 일본 7만여 건, 유럽 2만 3000건으로 선진국에 비해 열세에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3∼4년의 격차를 두고 나노 기술 특허를 등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나노 분야에서 지난 98년부터 나노 관련 특허 출원이 급증, 2001년을 고비로 국내 한 해 특허 출원 건수를 넘었지만 국내 전체 누적 특허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나노 특허 출원 건수는 97년 118건에서 98년 259건, 99년 502건, 2000년 727건, 2001년 846건 등 매년 급증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 나노 특허 출원의 61%를 외국이 점유하고 있는 등 우리나라 나노 기술은 매우 특허 수치를 보더라도 열악한 수준이다. 미국이 국내 나노 출원 특허의 40.6%, 일본, 20.7%, 독일 11.9%, 프랑스 11.0%, 스위스 2.7%, 영국 2.5% 등 순으로 차지했다.
<>나노 기술의 혁신 주체들 = 나노 기술 특허 주체는 대학과 공공기관에 포진해 있다. 일례로 대학과 공공기관이 한국 특허 전체에서 각각 9%, 16%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대학과 공공기관의 나노 특허 건수는 각각 9%, 16%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자통신연구원·한국과학기술원·포항공과대학교·한국화학연구원이 혁신 리더로 손꼽히고 있다.
이들의 연구 분야는 공통으로 나노 재료 분야에 몰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노특허 출원건수에서 대학의 경우 나노 재료 42%, 나노기반 및 공정 25%, 나노소자 및 시스템 24%, 나노 바이오 및 의약 9%를 차지했다. 또 공공기관은 나노 재료 53%, 나노소자 및 시스템 29%, 나노 기반 및 공정 14%, 나노 바이오 및 의약 4%를 점유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나노 측정 기술 분야에선 표준과학연구원 엄태봉·문대원 박사, 서울대 국양 교수, 나노전자소자 기술 분야 서울시립대 안도열 교수·고려대 황성우 교수·삼성전자 문주태 상무, 나노 바이오 분야 김만원 김만원교수, 나노 모사 기술 분야 한양대 이철진 교수·서울대 임지순 교수, 나노정보저장기술 정윤희 교수, 나노포토닉스 LG전자 김성태 상무, 나노의약물전달시스템 성균관의대 서수원 교수, 계면 및 표면의 나노구조화 기술 KAIST 조용호 교수, 나노 분말 소재합성 현택환 교수 등 전문가들이 나노 특허 기술 전선에서 혁신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선진국의 강점 및 전략 = 선진국들은 나름대로 특정 나노 기술에 특허출원이 집중되는 등 특화 기술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나노 소자와 시스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어 이 분야에 2005년까지 20억 달러를 투자하고 향후 BT와 융합된 나노 의학 분야에 최우선 투자를 벌일 계획이다. 프랑스는 나노바이오 및 의약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은 모든 분야에 고르게 강점을 보이고 있고 2004년을 ‘나노 및 소프트웨어의 해’로 정하는 등 나노 기술의 모든 분야를 장악한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나노 재료 분야에서만큼은 미국·일본과 경합을 벌이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경쟁력 분석을 통해 강점이 있는 연구인력 등 인프라를 기반으로 나노 기술 전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KISTI 나노정보분석실]
‘나노 기술 정보의 파라볼라 안테나’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나노정보분석실은 2002년 1월 KISTI의 NT 정보 특성화를 목적으로 신설된 조직이다. 나노정보분석실은 김경호 실장을 주축으로 소대섭 나노기술정보분석 팀장·이일형 나노기술협력팀장 등 13명의 인력으로 구성, 세계 나노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전파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나노정보분석실은 세계 각국의 나노 기술 정책 동향연구·연구개발 동향연구·최신 나노기술 정보수집 및 분석·정부의 나노기술정책수립 지원·국내 나노기술 연구개발 정보지원·나노정보협력네트워크 구축 등을 주요 업무로 삼고 있다.
나노정보분석실은 2002년 5월에 온·오프라인 ‘나노 위클리’를 창간, 나노기술 동향지로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영문판인 계간지 ‘나노코리아 인사이더(Nanokorea Insider)’도 함께 발간, 국내외에 배포, 국내외 나노 정보 전파에 힘을 쏟고 있다.
또 나노정보분석실은 2002년 6월 오픈한 국내외 나노 기술종합정보원 포털사이트 ‘나노 넷(http://www.nanonet.info)’을 운영, 나노 분야 콘텐츠에 분야에서만큼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자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나노 정보 기술 교류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나노소자특화팹 등 국내 25개 기관·영국의 나노기술연구소(Institute of Nanotechnology) 등 해외 4개 기관과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1300여 명으로 구성된 나노기술전문가협의회를 구축, 정보 교류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밖에 나노 기술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KISTI 소대섭 팀장은 “분석실은 국가 나노기술정보의 허브 역할과 함께 해외 나노기술정보의 관문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나노기술 정보의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 우리나라가 나노기술 5대 강국 진입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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